중고차 매매단지. 사진=자동차산업연합회 제공
중고차 매매단지. 사진=자동차산업연합회 제공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현대차·기아의 중고차사업 진출이 중고차업계가 신청한 사업 조정으로 미뤄지고 있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 완성차 대기업들도 중고차 매매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또다시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완성차업계와 기존 중고차업계의 상생안 마련을 위해 ‘중고차 매매업’ 관련, 4번째 자율조정 절차에 돌입했지만 양측의 입장차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마무리됐다.

중고차업계는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과 관련해 3년간 유예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로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파괴될 것을 감안해 △대기업의 매집제한 △신차 영업권 등을 요구했다.

완성차업계는 중고차 업계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중고차 판매 관련 시장점유율을 올해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상생안을 내놨다. 또 ‘5년·10만㎞ 이내’의 자사 ‘인증 중고차’로 판매를 한정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양 측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 짝도 물러나지 않고 있어, 사업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부의 사업조정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상권에 진출해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을 위협할 경우, 심의를 거쳐 대기업의 상권 진출 제도를 연기하거나 수량을 축소하도록 권고할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유예될 수도 있다. 이미 4차례 자율 조정 회의에서 팽팽한 입장차만 명확하게 확인한 만큼, 사업권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중기부에서는 자율조정 위원들이 제시한 합의안에 대해 양측의 의견서를 받아본 뒤 자율조정 회의 추가 진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에도 불구하고 중고차 단체의 사업조정 신청으로 개방이 또다시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지난 13일 대통령인수위와 중소벤처기업부에 중고차 시장 완전 개방을 요구하는 서한 발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중고차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후생증진 방안’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고 새 정부 출범 전에 중고차 시장 개방에 관한 논의를 마무리하라고 촉구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중기부는)생계형적합업종심위원회의 기존 판단을 고려해 신정부 출범 전에 사업조정심의회가 시장 개방에 관한 논의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며 “중고차 시장이 전면 개방돼야만 소비자 선택권과 시장 경쟁에 의해 개선·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성용 중부대학교 자동차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부는 대기업 중고차시장 진출에서 가장 주요한 부분이 중고차업계 보호가 우선인지, 소비자 권익이 우선인지 판단해야한다”라며 “중고차 가격이 신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뢰감을 잃은 중고차시장에서 대기업 진출은 중고차 거래의 투명성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중고차업계는 엔카, 헤이딜러 등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할 때도 반대만 외쳤지만, 이후 두 회사의 플랫폼은 중고차 딜러의 일자리 창출구가 됐다”며 “중고차업계에선 대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까지 생길수도 있어, 무조건적인 반대보단 업계 평판과 국민을 위한 최적의 방향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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