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이 참석해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이 참석해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장 단상에 ‘재계의 별’들이 집결했다. 대통령 취임식 단상에는 초청장이 없으면 앉을 수 없다. 기업의 기(氣)를 살려야 한다며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성장을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취임식에도 반영된 모양새다.

이날 국회의사당에 열린 윤 대통령 취임식에는 5대 그룹 총수가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국회의사당 바로 앞에 마련된 주요 인사 석에서 5부요인과 함께 윤 대통령을 향해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눈에 띄었다.

이들 옆에는 재계를 대표하는 6개 경제단체장도 자리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윤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이 같은 재계 유력 인사들의 참석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취임식을 준비하면서 단상에 오르는 기업인의 범위를 재계 서열 15위까지 늘린 데 따른 것이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좋은 일자리는 민간의 기업이 창출하고 정부는 열심히 지원해야 한다는 윤 당선인의 철학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들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9년 만이다. 이들은 취임식 이후 진행된 외빈 만찬에도 초청됐다. 재계 인사들이 대통령 취임식 외빈 만찬에 초청된 것은 처음이다.

이러한 윤 대통령과 재계 인사들의 소통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윤 대통령이 재계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경제적 성장을 통한 자유의 확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면서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역설했다.

이에 화답하듯 정용진 부회장은 취임식에서 찍은 무지개 사진을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며 “자유! 자유! 자유! 무지개!!”라는 글을 적기도 했다.

이에 따라 취임식 이후 주요 그룹의 행보가 큰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먼저 재계 1위 삼성전자에 시선이 쏠린다. 당장 오는 20~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하면 이 부회장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국내 기업인들의 만남 때 이 부회장의 지근거리 응접이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방문시에도 이 부회장이 안내를 맡을 수 있다.

윤 대통령과의 만남이 가석방 상태인 이 부회장의 신분에 영향을 줄지도 주목된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번 만남이 향후 이 부회장의 거취를 내다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되는 셈이다.

나머지 4대그룹의 일원인 SK와 현대차, LG도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발맞춰 새로운 도약이 예상된다.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어 ‘맏형’으로서 재계 분위기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국내 최대 에너지기업을 필두로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설 예정이다.

현대차는 ‘모빌리티 혁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래 먹거리 사업인 전기차와 UAM(도심항공교통), 로보틱스 사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LG는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는 ‘K-배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로드맵을 새로 짜고 있다.

한편 재계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주52시간 근무제 등에 대한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이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정부 차원에서 제도나 여건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