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투자 시 인센티브 지원, 전문인력 양성 지원 확대 필요
2027년 반도체 수출 1700억달러 달성 목표 제시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친기업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10일 출범한 가운데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에도 훈풍이 불지 주목된다. 반도체 강국인 미국, 중국, 대만 등은 정부 주도로 반도체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책 지원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배터리 등의 첨단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지난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반도체, AI, 배터리 등에서 초격차 확보를 위해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인재 양성을 강화한다.
특히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거나 신설할 때 인허가 주체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부처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 내에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반도체 투자지원기구'가 있지만, 이를 아예 부처 한 곳에서 전담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인다는 계획은 아직 자세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앞서 인수위는 현재 6% 수준에 불과한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서의 세제혜택을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이끌어간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로 인해 반도체 산업에서의 세제혜택은 경쟁국 대비 많지 않았다. 현재 미국 상원에는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최대 25%로 높이는 법안이 발의돼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에서의 세제혜택이 경쟁국과 비교해 많지 않다"면서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선 우리나라에 공장을 짓는 게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적어도 미국이나 일본이 하는 것 이상의 세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공장 설립 뿐 아니라 해외기업의 반도체 공장 유치에 정부가 두팔을 걷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짓기로 한 TSMC의 결정에는 일본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이 동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약 10조원이 투입되는 이번 투자에는 일본 정부가 약 4조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김양팽 연구원은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한 정부의 보조금 지급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 미국, 일본 등은 보조금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원을 이미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WTO는 경제 안보를 명분으로 한 거액의 보조금이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규정 위반이 될 경우 보조금 지급이 금지되거나, 다른 회원국으로부터 상계조치 등 보복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반도체 전문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인력 부족과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업부는 내년까지 국내 반도체업계에 최소 5565명의 석·박사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 정부는 반도체 특성화대학을 지정하고, 관련학과 정원을 확대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인재 양성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또 계약학과, 산학연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산업 현장의 수요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기로 했다.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을 30%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난해 1280억달러를 기록한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을 2027년 170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시장에선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성장 속도를 볼 때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보고 있다.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들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도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산업 특성상 미국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아 한 방향으로 노선을 정하기 어렵다. 특히 업계에선 TSMC, 삼성전자, 인텔 등의 파운드리 신공장이 가동되면 앞으로 이 분야에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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