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연계해 기업이 필요 인력 직접 양성
우수인재 한해 정년도 철폐…고령화에 대응

사진=삼성전자 제공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인재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하거나 우수한 기술 인재에 한해 정년을 폐지하는 등 인구절벽·고령화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계약학과를 만들어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반도체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장 중심의 기술인재를 조기에 육성하고, 적기에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 연세대, 카이스트, 포스텍 등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했다. SK하이닉스도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등과 반도체 학과 개설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서울대에도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서울대에 반도체 계약학과 운영을 비공식 타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반발에 부딪혀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반도체 기업들이 산학협력을 통해 인재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선 것은 앞으로 인력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량과 투자 규모를 볼 때 우리나라 반도체 전문인력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반도체 업계에서는 총 1621명의 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학력별 부족 인력은 고졸이 89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사 362명, 전문학사 316명, 석사 40명, 박사 9명 순으로 부족했다. 집계된 부족 인력은 기업들이 필수적으로 필요로 하는 최소 인력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 TSMC, 인텔 등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인재 확보를 위한 국가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로 인해 정부가 반도체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당장 반도체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선다고 해도 인력 부족은 단기간 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당장 전문인력이 부족한 반도체 기업들은 우수한 기술 인재에 한해 정년도 폐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우수 인력을 정년 이후에도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시니어트랙'을 운영한다. 이달 중 대상자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고령화·인구절벽 등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젊은 인재들에게 '정년 고민 없이 일할 수 있다'는 비전을 심어주는 효과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수한 기술 전문가가 정년인 60세가 지나도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기술 전문가 제도(Honored Engineer·HE)'를 2018년 12월 도입, 2020년 1호 전문가를 배출했다.

앞으로 이같은 제도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훌륭한 기술 인재에게 정년이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사내 대학을 통해 '정년없는 엔지니어'들을 키워내고 있다. 임원들이 퇴직 후 사내 대학 'SKHU'(SK hynix University)의 전문교수진에 들어가 후배들에게 지식을 전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회사 구성원을 반도체 분야에 특화된 엔지니어로 자체 육성하기 위해 2017년 대학 학제(학교 또는 교육에 관한 제도) 체계의 사내교육 플랫폼을 구축했다.

삼성전자도 사내 대학을 통해 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1989년 사내 기술 대학으로 시작한 삼성전자공과대학교(SSIT)는 2001년 교육부로부터 전문학사 과정을 인가받았다. 현재까지 누적 졸업생은 167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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