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국내 배터리 제조·소재 기업들이 대학에 '취업 보장' 학과를 개설하는 등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와 비교해 부족한 전문 인력을 직접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올 하반기부터 한양대에 배터리 소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맞춤형 학위 과정 '이배터리 트랙(e-Battery Track)'을 운영한다. 석·박사 과정 우수 인재를 선발·교육하고, 졸업생은 포스코케미칼 연구소 등에 채용하기로 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 3월 포스텍과, 4월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도 인재양성 협약을 맺었다.
포스코케미칼은 배터리 소재에 전문성이 있는 기술 인력을 직접 양성해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대학과의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회사는 2019년 포스텍과의 산학일체연구센터 설립, 2020년에는 포항대학교와의 산학협력 협약 등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기관과 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은 "최근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배터리 소재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며 "선발된 학생들이 배터리 산업의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은 국내 주요 대학으로 인재 육성을 위한 협력을 확대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고려대학교 대학원에 인공지능(AI) 기반 배터리 소재·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고 스마트팩토리 보안 등을 연구하는 '배터리-스마트팩토리학과'를 열고, 석·박사통합과정 및 박사과정 학생들을 선발했다.
또한 연세대학교 대학원에도 '이차전지융합공학협동과정' 계약학과를 설립, 석·박사 과정 및 석·박사 통합 과정 학생들을 모집했다. 해당 과정 학생들은 학위 취득과 동시에 LG에너지솔루션에 취업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계약학과를 설립한 것은 배터리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우수한 인재를 적극 육성해 글로벌 배터리 선도 기업으로서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급격하게 성장하는 배터리 시장 규모에 비해 부족한 전문 인력을 선제적으로 양성해 국가 차원의 전문 기술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대학에 배터리 계약학과를 설립한 데는 배터리 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시장 규모에 비해 전문 인력이 부족한 현 업계 상황과 무관치 않다.
20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54조원에서 2030년 약 411조원으로 10년간 8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배터리 업계에 부족한 석·박사급 인력은 100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SK온도 올해 3월 성균관대학교와 배터리 계약학과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석사과정 학생들을 모집했다. 계약학과 프로그램은 특정 기업과 학교가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설·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기업체에 최적화된 교육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은 대부분 해당 기업으로 취직하게 된다. 선발된 학생들은 석사과정 2년간 배터리 관련 연구를 진행하게 된다.
SK온과 성균관대는 계약학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한국전지산업협회 등이 주관하는 '2차전지산업 전문인력양성사업'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는 이 사업에 참여하면 학생들은 기업 현장에서 실제 이뤄지는 연구 활동 위주로 교육을 받게 된다. 앞서 SK온은 지난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배터리 산학협력을 시작한 데 이어 이번 협약으로 핵심 인재 육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동섭 SK온 대표이사는 "체계적인 계획과 좋은 프로그램으로 미래 배터리 산업을 이끌어 갈 주역들을 육성해 한국이 세계 배터리 시장을 계속해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SDI도 포스텍, 서울대, 카이스트, 한양대 등 4개 대학과 협약을 맺고 배터리 전문 인력 확보에 나섰다. 이들 대학과 '배터리 인재양성'을 목표로 올해부터 10년간 학사 200명, 석·박사 300명의 장학생을 선발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장학급을 지원받고, 졸업과 동시에 삼성SDI 입사를 보장받는다.
삼성SDI는 "국내 유수 대학들과 연이어 배터리 인재 양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이유는 미래 인재 확보와 산업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통감했기 때문"이라며 "이차전지 산업이 성장하고 있으나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