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상승에 분양 일정 연기…건설사 수주 안하고 하도급업체는 파업
“윤석열 정부 주택정책 타격…대통령령 세부 개정 통해서 대책 마련해야”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모습. ⓒ연합뉴스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 모습.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용이 오르면서 분양 예정 단지들의 공급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308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디에이치 방배)로 재건축되는 방배 5구역 일반분양 1686세대 공급이 내년 상반기 이후로 미뤄졌다.

당초 방배 5구역은 지난해 11월 분양을 예정했다가 공사 현장 오염토 발견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사비용 상승에 따른 분양가 산정 문제로 올 상반기로 분양일정이 미뤄진바 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원자재값 상승이 도미노처럼 이어졌고, 다시금 공사 비용이 늘어나자 조합은 분양가 계산을 다시 산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조합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일반분양가를 3.3㎡당 5000만원 중반대로 추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이후 원자재 값 상승에 따라 공사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분양가를 평당 6000만원 이상으로 책정해야 사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외에도 올 상반기 일반분양을 계획하던 서울 내 주요 재건축 단지들인 홍은 13구역, 이문 3구역, 신반포 15차 등이 모두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조정 문제로 분양 일정을 줄줄이 연기했다.

이들 조합들은 공사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현행 분양가상한제 규제 때문에 분양가를 원하는대로 올릴 수도 없는 만큼,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완화 조치를 기대하면서 분양 일정을 늦추고 있다.

1만2000세대 규모의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공사가 중단된 것도 공사비 상승에 따른 도급 금액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과 시공단의 갈등이 커진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실제로 청약홈 집계 결과 올들어 현재까지 신규 분양된 서울 아파트 물량은 1727가구에 그치고 있다. 택지가 부족한 서울에선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신규 주택 공급물량 대부분이 공급되는데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조정 문제를 놓고 공급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

건설사들도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사업성이 악화되자 아예 신규 수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4183가구 규모의 대단지인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1구역 재개발사업 주민대표자회의는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지만 건설사 단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2918가구 규모의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도 이달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입찰 참여 건설사가 없었다.

공사 현장의 실질적인 손발이라 할 수 있는 하도급업체들도 강경한 상황이다. 창호·커튼월업체연합은 원자재가격 인상분을 공사대금에 반영해주지 않을 경우, 오는 6월 2일부터 무기한 공사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부산 경남 지역 레미콘 업체와 철큰 콘크리트 업체들은 공사 비용 상승분에 따른 급여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9일부터 일제히 파업에 나섰고, 2주간 파업을 거친 끝에 지난 주말 극적 합의에 이르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최근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건설현장 시계 멈춤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윤석열 정부 전체 부동산 정책에도 큰 장애가 될 것이라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대외적 상황을 감안할 때 공사비 상승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현재와 같이 신규 주택 공급이 더디게 진행되면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장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또 “야당이 다수인 현재 국회 구도 상 분양가상한제 법 개정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행 분양가상한제 가운데 대통령령으로만로도 세부 개정이 가능한 부분을 조정해 공사비 상승분을 현장에서 받아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신규 주택 공급이 원활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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