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주현태 기자] 토요타의 정통 스포츠카 ‘GR86’이 10년만에 완전변경 모델로 출시했다. GR86은 2012년 초경량 후륜구동 콘셉트로 개발된 ‘86’을 다시 부활시킨 모델로, 국내서 판매되는 스포츠카 중 유일한 수동변속기 모델이다.

기존 ‘86’ 숫자 앞에 GR을 붙여 특별함을 더했다. 르망 24시 4연패와 WRC 우승에 빛나는 토요타 가주레이싱(TGR, TOYOTA GAZOO Racing)의 약자로 실제 드라이버가 차의 개발과 튜닝에 직접 참여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GR86’은 토요타 가주레이싱의 모터스포츠 노하우를 듬뿍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요타 관계자는 “그간의 사내 판매 데이터·고객의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수동 변속 모델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GR86은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고객들을 위한 차량으로, 기존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토요타는 지난달 17일 강원 인제군에 있는 인제스피디움에서 GR86 시승 행사를 열었다. 시승행사는 슬라럼, 짐카나, 서킷 등 극한의 주행 조건으로 진행, GR86의 모든 주행능력을 테스트해 볼 수 있었다.

시승을 하기 전 마주한 GR86은 만화·게임 `이니셜D`로 유명한 토요타 AE86의 후속 모델답게, 전체적으로 꾸밈없이 투박한 느낌이다. 다만 날카롭고 스포티한 전면부에서부터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전면부에 위치한 G 매시그릴은 스포티함을 더하고 날카로운 LED 헤드램프는 보다 민첩하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또한 그릴 좌우에 있는 공기흡입구가 현대적이면서도 세련되고 강력한 스포츠카를 연상시켰다.

측면부에서 보는 GR86은 긴 전면부와 짧은 후면부의 비율과 뒤로 갈수록 매끄럽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스포츠카다운 다이내믹함을 대변했다. 후면부는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를 3차원 입체로 디자인해 후면의 좌·우측을 매끄럽게 연결하고 휠 아치는 타이어를 단단하게 감싸는 느낌으로 설계됐다.

실내는 저중심 설계와 넓은 시야를 통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수평선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낮은 시트 위치에도 전방 시야가 한눈에 보여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또 스포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운전석을 중심으로 변속레버를 비롯한 각종 물리 버튼이 직관적으로 구성, GR86만이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계기판은 트랙 모드 변경 시 화면이 서킷·레이싱 코스 주행에 적합한 레이아웃으로 자동 변경되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를 통해 주행에 필요한 변속단수, RPM, 속도정보, 냉각수 온도, 오일 온도, 스탑 워치 표시 등의 정보를 한눈에 제공한다.

프로그램 시작은 수많은 라바콘을 피하면서 핸들링과 운동 성능을 테스트하는 짐카나로 시작했다. 라바콘을 S자 모양으로 피할 때 불안하지 않은 조향 능력과 드리프트는 GR86만의 지향점을 알 수 있었다. 또 단순히 한번 통과하는 것이 아닌 3차례에 걸쳐 GR86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서킷 주행 체험은 프로 레이서 출신 정연일(CJ 로지스틱스레이싱) 선수의 주행으로 진행됐다. GR86은 핸들 조작부터 변속까지 운전자의 의도대로 즉각적으로 반응해 무서운 가속력을 보였다.

토요타가 강조한 GR86의 운전 재미는 코너 구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100㎞ 속도로 코너를 진입해도 깔끔하게 탈출해나간다. 연속으로 이어지는 코너 구간에서 보여주는 날렵한 움직임이 흥분감을 끌어올렸다. 또 약간의 핸들링만으로도 리어 축이 흘러주면서 빠른 민첩한 드리프트가 가능했다. 다만 운전자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GR86의 민첩한 코너주행 비결은 일반적인 수직엔진이 아닌 낮은 위치에 설치된 수평 대향엔진이 적용됐다는 점에 있다. 또 좌우에 피스톤을 위치시켜 완벽한 무게중심을 갖췄다. 이에 차체를 더 낮출 수 있었고, 엔진의 무게 중심이 낮아 코너링 시 매우 안정적이다.

GR86은 기존 86모델보다 늘어난 배기량으로 가속성과 응답성이 개선됐고, 최대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25.5㎏.m을 발휘한다. 기존 모델 대비 출력은 13.8%, 토크는 22.0% 개선됐다.

정연일 선수는 “GR86은 타 브랜드의 스포츠카들보다는 출력이 낮아, 큰 가속감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지만 속도, 조향, 드리프트 등 모든 부분에서 주행라인을 정확하게 그려나갈 수 있다”며 “적절한 스티어링의 무게, 그립감, 응답성 등 초보 운전자도 충분히 길들일 수 있는 흥미로운 차”라고 설명했다.

특히 GR86이 매력적인 이유는 성능을 끌어올렸음에도, 4030만~4630만원으로 책정된 합리적인 가격에 있다. 이에 힘입어 GR86은 이미 초도 물량 100대는 사전 예약으로 완판됐고, 추가로 20대 더 오더가 들어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