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 호황을 맞았다. 작년보다 연간 목표 달성이 2배 이상 빠르다. 독보적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실력이 뒷받침된 까닭이다. 다만 수주 랠리에도 원자잿값과 인력난의 이중고를 겪고 있어 적자 우려도 나온다.

국내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23일 기준으로 올해 수주 목표의 3분의 2를 달성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목표인 174억4000만 달러 가운데 77%(111척, 135억4000만달러)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목표인 89억 달러에 비해 약 66%(26척, 59억3000만달러)를 이뤘다. 삼성중공업은 목표 88억 달러 중 72%(33척, 63억 달러)를 기록했다. 3사는 주로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일감을 확보했다.

3사가 6개월 만에 연간 목표량의 절반을 훌쩍 넘겨 채운 건 조선사들이 불황을 겪어온 7년 만에 처음이다. 3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 조선업계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 이상을 싹쓸이하며 올 1분기 선박 수주 1위를 달성했다. LNG선 기술력이 월등한 국내 조선업계로 일감이 몰렸다.

수주 호조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의 LNG생산국인 카타르가 그동안 미뤄왔던 대규모 선박 발주를 재개한 상태여서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22일 LNG선 총 14척을 수주한 것도 카타르가 국내 조선3사에 발주한 100척 규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정된다. 조선3사는 이달에만 카타르 프로젝트와 관련해 총 20척을 수주한 상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환경 이슈에 더해 지정학적 문제로 글로벌 LNG수요가 증가 추세에 있어 LNG운반선 시황 호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수주 호황에도 정작 배를 건조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3사는 최근 대규모 기술직 채용에 나서는 등 인력난 해소에 나섰지만, 2016~2019년 조선업 불황으로 이어졌던 장기간 구조조정 여파로 양질의 기술인력들이 취업을 꺼리고 있어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급등한 것도 문제다. 반기 단위로 결정되는 후판 가격이 지난해 상·하반기와 올 상반기까지 3차례 연속 상승해 조선업계는 발을 동동 굴렀다. 후판 가격이 저렴할 때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는 동안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조선사는 경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카타르 프로젝트만 하더라도 발주 계약 체결 시점은 2020년 6월로 2년 전이다. 이 기간 동안 후판 가격은 톤당 6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2배 뛰었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하반기 후판 가격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적자 늪에서 빠진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의 동결이 최우선 목표다. 1분기에서 대우조선해양은 4701억원, 한국조선해양은 3964억원, 삼성중공업은 9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태다.

철강업계와의 후판 협상에서 3분기 내내 완패를 한 조선업계에 호재는 있다. 철광석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23일 기준 가격은 톤당 109.4달러로, 3월7일 162.75달러를 최고점으로 꾸준한 내림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값이 안정세를 찾고 있는데 후판 가격을 인상할 이유가 없다”면서 “(후판 가격은) 최소한 동결돼야 한다”며 인하도 기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 협상에) 말할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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