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투자 비용 대비 수익성 떨어진다는 판단
새벽배송 시장 재편 불가피할 듯…네이버 도전장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천소진 기자] 새벽배송 시장이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롯데, GS, BGF 등 유통 공룡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자 발을 빼는 모습이다. 반면 커머스 사업을 키우고 있는 네이버가 하반기 도전장을 내밀면서 새벽배송 시장의 대대적 변화가 예상된다.
28일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20년 2조5000억원에서 올해 11조9000억원으로 5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이후 빠르고 정확하면서 편리한 배송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커지며 새벽배송은 유통업계의 주요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을 들어 뛰어든 것에 비해 대부분 기업들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자, 새벽배송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프레시지는 전날 자사 온라인몰인 ‘프레시지몰’을 통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한다”며 “앞으로는 택배배송 서비스만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새벽배송 이용 고객은 자사몰 고객 중에서도 5% 내외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최근 여러 건의 인수합병으로 취급 상품 수량이 많아짐에 따라 자사몰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개편 과정에서 매출 비중이 낮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GS프레시몰은 오는 31일부터 새벽배송을 종료한다. 서비스 중단으로 새벽배송 상품 주문은 30일 오후 11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새벽배송 대상 상품군과 서비스 범위를 넓힐 계획을 밝혔으나,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해 정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GS프레시몰은 수익성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새벽배송을 중단하는 대신, 당일배송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BGF그룹 헬로네이처는 지난 5월 말부터 새벽배송을 철수했고, 롯데온 역시 지난 4월 새벽배송을 중단했다.
이들이 새벽배송을 잇따라 중단하는 이유는 수요가 높다고는 하지만 높은 비용 대비 따라오는 효과가 미미한 탓이다.
새벽배송은 밤샘 작업을 진행하는 인건비 부담이 크다. 인건비는 일반 인건비보다 1.5~2배 이상 더 비싸다. 여기에 냉장·냉동 배송시스템 등 자체 물류 인프라 구축으로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간다.
쿠팡과 마켓컬리, SSG닷컴 등의 점유율이 높아 후발주자로써 입지를 다지기 어렵다는 점도 꼽힌다. 빅3도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점유율이 낮은 이들이 계속된 고정비 부담과 출혈경쟁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이들의 이탈을 오히려 기회로 삼고 새벽배송에 적극 임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이 보유했던 점유율을 모두 흡수하고 커져가는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아시스마켓는 지난 26일 기존 성남물류센터의 7∼8배 규모인 ‘의왕 스마트 풀필먼트센터’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의왕 스마트 풀필먼트센터에서는 오아시스마켓의 주문 수요를 소화하는 것은 물론 다른 기업의 물류도 대행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중 전략적 투자자이자 사업 파트너인 이랜드리테일과 KT알파와의 합작사 ‘오아시스알파’의 새벽배송 물류 대행을 시작한다. 이를 통해 신선식품은 물론 비신선식품·비식품 카테고리 상품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올 하반기부터 CJ대한통운과 새벽배송에 나선다. CJ대한통운의 물류 인프라를 활용하는 협업 전략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G마켓은 비교적 늦은 상반기에 새벽배송을 시작했지만, 나름의 성과를 내면서 새벽배송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유통인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참전 가능성도 주목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 휴무일에 배송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보고 개선 논의를 시작했다. 규제가 풀리게 된다면 전국의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센터로 활용해 별도 투자 없이 새벽배송에 나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점점 커져가지만 이미 점유율을 확보한 기업 외에는 버티기 어렵다”며 “한 차례 격변이 지난 후 시장 재편이 되면 빅3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전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