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시 수백억원 비용 부담…개인투자자 실효성 의문 제기
한투연 “외형보다 보안 시스템 구축 힘써야 비판”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증권사들이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사명변경을 잇달아 추진 중이지만 일각에선 비판적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사명을 변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연내 사명변경을 목표로 고객·직원들에게 새로운 사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중이다. 업계에선 새 사명으로 '신한증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하나금융투자도 지난 6월 이사회를 열고 ‘하나증권’으로 변경했다. 과거 '하나대투증권에'에서 하나금융투자로 사명 변경한 지 약 7년 만이다.
이처럼 두 증권사들이 사명을 변경하는 데는 본업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실제 해외진출 시 금융투자(Financial Investment)라는 표기로 인해 벤처투자회사로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투자 대신 '증권사(Securities)'로 변경하는 것이 국내 고객의 인식 개선뿐 아니라 해외진출에도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이 같은 개편이 이뤄졌다.
지난 3월 KTB금융그룹도 다올금융그룹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증권 계열사인 KTB투자증권의 사명도 다올투자증권으로 바뀌었다. KTB는 전신인 한국종합기술금융(KTB)에서 시작된 이름으로, 벤처캐피탈사업을 주력하던 시절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벤처캐피탈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사업을 꾀하고 있으며, 기존 KTB금융그룹에 가진 고정관념을 탈피하고자 사명을 변경했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가 미랫에셋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지난 2020년 메리츠종금증권이 종합금융업 라이선스 만료로 메리츠증권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러한 증권사들의 사명 변경에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명 변경으로 CI 변경, 간판 교체 등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만 수백억원에 이른다. 이를 바꾼 후 기업이 얻은 실질적인 이익에 비해,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은 사명 변경으로 566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썼다. 지난 2015년 하나대투증권에서 하나금융투자로 사명을 변경할 때도 약 5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이번에 하나증권으로 변경 후 비용은 아직 추산되지 않았으나, 최소 5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보인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최근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내부 규제와 시스템 문제로 불법 공매도 거래가 이뤄졌을뿐 아니라, 집중호우로 인해 한투증권의 전산망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등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보안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비용을 더 써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개선에만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예로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지난 2020년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10개 주요 증권사에서 총 52건의 시스템 장애 사고가 발생했으며, 관련 민원도 1만2708건에 달한다. 매년 평균 17건의 사고와 4236건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