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홍정표 기자]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 등 여파로 벤처캐피털(VC) 업계 투자 혹한기가 찾아오면서, 성장 가능성보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기업 가치 평가에서 미래 성장성과 가능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유치했다면, 이제는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여부가 투자와 기업공개(IPO) 과정 등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기존 적자를 담보로 한 성장에 목매던 기업들도 발빠르게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넛지헬스케어는 디지털 헬스케어시장에서 꾸준한 실적 상승을 이루며 안정적인 수익원을 마련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넛지헬스케어는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걸을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캐시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 사용자에 금전적 보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기능으로 지인들과 함께 건강관리를 수행할 수 있게 하면서, 지난 6월 누적 다운로드 수 1800만건을 돌파하며 국민 건강관리 앱으로 성장하고 있다.
캐시워크의 인기에 힘입어 매출도 수직 상승 중이다. 넛지헬스케어는 올 상반기에 2016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매출 365억원, 영업이익 51억원을 기록했다.
대다수 이커머스 업체들이 적자를 보이는 가운데 2011년 설립 이후 흑자 경영을 지속해오고 있는 오아시스마켓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오아시스마켓은 2019년 매출액 1423억원을 기록한 이래 2020년 2386억원, 2021년 3570억원을 나타내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 10억원, 2020년 97억원, 2021년 57억원으로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는 중이다.
매출액은 커지지만 영업 손실 규모 역시 증가하고 있는 쿠팡, 컬리 등 타 새벽배송 업체들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흑자 경영이 강점으로 평가받으며 올해 투자 한파인 속에서도 지난 6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1000억원을 인정받았다.
이처럼 흑자를 유지하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한 이유는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벤처투자업계의 투자 분위기가 보수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플랫폼 기업들은 정부의 육성 정책과 함께 모험자금이 쏟아지면서 적극적인 외연확장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바뀐 투자 환경으로 기존에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이 깨지면서 대다수의 기업들이 추가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도 다수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최근 유니콘 기업 1호로 상장을 추진한 쏘카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이 56대 1에 그쳤으며, 컬리 역시 최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긴 했으나 지난해 4조원 수준을 인정받은 것에 비해 크게 못미치는 ‘몸값’을 평가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11번가, 브랜디, 발란 등 e커머스 분야 플랫폼 기업들이 IPO를 추진중이지만, 이러한 선례들을 봤을 때 원하는 수준의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거나 더 사정이 급한 몇몇 기업들은 인수합병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e커머스 플랫폼 티몬,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왓챠 등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사정이 이보다 나은 기업들도 빠르게 체질 개선에 나섰다. 당근마켓은 지난 6월 소상공인 대상 광고 서비스인 비즈 프로필의 프랜차이즈 버전 ‘브랜드 프로필’을 출시했고, 최근 자사의 마케팅 채널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당근비즈니스’를 론칭하며 수익성을 개선 중이다.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출혈 경쟁을 이어오던 리셀 플랫폼 업체 크림·솔드아웃·트렌비 등도 최근 서비스 수수료 및 배송비를 부과하는 등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플랫폼들의 구조조정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IT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투자금이 쏟아지면서 우후죽순 생긴 플랫폼 간에 옥석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업체들 간 파이를 키우기 위한 출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경쟁으로의 변화가 관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