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연 건설전문 변호사
우지연 건설전문 변호사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우지연 변호사] 얼마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기사가 있다. 바로 월패드 해킹사건. 해커가 세대 내 월패드를 해킹해 세대 내 입주민의 사생활 영상을 다크웹에서 팔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진 것이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은 월패드 카메라 부분을 스티커로 막는 등의 임시방편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러할 경우 주민 간 화상통화 등의 월패드의 일부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월패드 해킹의 문제는 비단 사생활 노출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는 대부분 세대 내 월패드나 모바일 앱, 웹 등으로 조명, 가스, 냉난방시스템, 현관문 디지털도어락 등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해커가 세대 망에 침입하여 단지 내에 침입한 후 현관문을 열고 주거침입을 할 수 있고, 조명과 냉난방시스템을 껐다 켰다 함으로써 입주민을 스토킹하거나 공포심을 느끼게 할 수 있으며 가스밸브도 마음대로 열었다 닫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세대 망의 해킹은 해커의 형사적 처벌문제만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근본적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 시스템 설치를 관련 규정에 미흡하게 설치 및 구현하여 해킹에 쉽게 노출되게 한 분양자의 하자담보 책임 역시 문제삼을 수 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32조의 2는 '주택에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국토교통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협의해 공동으로 고시하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에 적합하여야 한다'라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필요설비와 품질기준 등을 정하고 있다.

이 중 월패드 해킹사건의 근본 원인은 ‘홈게이트웨이’ 미시공에 기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세대의 홈게이트웨이는 세대망과 단지망을 상호 접속해 세대내에서 사용하는 홈네트워크 기기들을 유무선 네트워크 기반으로 연결하고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다. 홈게이트웨이 기기의 표준규격인 KS-X4504 규격 사항에는 이와 같은 기능 뿐 아니라 홈네트워크 보안 기능도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분양자 및 건설사들은 지능형 홈네트워크를 설치하지 않았으므로 관련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원은 “사업주체가 사업시행계획 신청서나 분양계약서, 분양공고문 등에 명시적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거나, 그 설치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이를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가 아니라고 보아 이 사건 고시에 따른 설치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며 "관련 법규의 내용 및 취지와 사업주체가 제출한 설계도서 등을 종합하여, 사업주체가 주택에 설치한 설비 중에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에 해당하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에 대하여는 이 사건 고시에 따른 설치기준을 적용함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21. 4. 21. 선고 2020누42271 판결).

즉 지능형 홈네트워크를 설치할 의도가 아닌 실제로 설치된 설비가 지능형 홈네트워크의 기능을 수행하는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능형 홈네트워크 시스템이 설치되었으나 홈게이트웨이가 미시공된 경우에는 홈게이트웨이 시공비 상당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금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우지연 건설 전문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법무법인 해강 서울사무소 책임변호사로 10년째 아파트 하자소송을 전문으로 수행하고 있다. 액체방수 일정 두께 이상 시공, 스프링쿨러 전면 철거 후 재시공, 방근시트 미시공, 타일부착 강도 부족 전면철거 후 재시공 판결 등 굵직한 승소 판결들을 받았다. 현재 지능형 홈네트워크 기준 위반 관련 하자소송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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