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지분 소유한 대만매체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 폄하
"삼성전자, 마이크론에 따라잡힐 가능성" 등 강도 높은 도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대만의 정보통신(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가 또 한번 삼성전자를 도발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타임스의 콜리 황(Colley Hwang) 사장은 최근 '삼성의 우여곡절(Samsung's ups and downs)'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를 통해 "삼성이 반도체 장비 구입에 아무리 많은 돈을 쓴다고 해도 당분간 TSMC의 지배력에는 도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황 사장은 지난 6월에도 디지타임스에 기사를 내고 "삼성전자가 단기적으로 TSMC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없다"며 삼성전자를 견제했다.

디지타임스는 TSMC가 지분을 갖고 있는 매체로, 자국 기업에 우호적인 기사를 싣는 것으로 유명하다. 황 사장은 대만의 여러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로부터 지원을 받아 1998년 디지타임스를 창간했다.

최근 디지타임스는 '삼성의 우여곡절(1): 다음 10년을 내다봄(Outlook for next decade)'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UMC, AUO, 넷콤 장비 제조사, 그리고 삼성전자로부터 대량의 메모리를 사들이는 모듈 메이커들은 삼성의 미래 전략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디지타임스는 또 익명의 고위관계자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서) 미국의 마이크론에 따라잡힐 수 있다"며 강도 높은 도발을 이어갔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격차는 크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43.5%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3위 마이크론의 D램 점유율은 23.8%로, 삼성과의 점유율 격차는 2배에 가깝다.

하지만 디지타임스는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업체를 기사에 등장시켜 악의적으로 삼성을 깎아내렸다.

디지타임스는 또 "삼성전자의 기술력, 생산량, 브랜드 인지도는 세계 1위지만 주가나 시가총액은 동급의 다른 기업들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사진=TSMC 제공
사진=TSMC 제공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이 심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관련된 부분도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핵심에 반도체가 있는 만큼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참과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디지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얻기 위해선 국력이 강해야한다"며 "한국인들은 강한 국력을 갖길 원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디지타임스는 또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매체는 '삼성의 우여곡절(2): 대만인의 관점에서 삼성의 사업구조 검토(A reexamination of Samsung's biz structure from a Taiwanese perspective)'라는 기사를 통해 "삼성전자에서 메모리는 생명줄과도 같지만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전체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D램은 내년 중반까지 회복될 가능성이 낮고, 낸드플래시는 내년말까지 수급 불균형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운드리 경쟁력과 관련해서도 삼성전자를 폄하했다.

디지타임스는 "많은 칩 제조사들이 TSMC 외에 또 다른 공급업체를 원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삼성은 TSMC를 추월하지 못하더라도 '한몫은 챙길 수 있을 것(it can at least get a slice of the pie)'"이라고 썼다.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가운데)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오른쪽)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가운데) ASML CEO, 마틴 반 덴 브링크(오른쪽) ASML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특히 디지타임스는 삼성의 막대한 반도체장비 투자가 삼성에 큰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고 전했다. 디지타임스는 2018년 삼성의 파운드리 설비투자 비중이 반도체 사업의 15.6%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이 비중이 약 25%를 차지하며 전 세계 파운드리 투자의 40%에 육박할 것이라고 봤다.

이 매체는 이와 관련해 "하지만 선단공정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모바일과 메모리반도체에서 더 이상 큰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삼성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TSMC는 내년 반도체 주문에 대한 선금을 이미 300억달러 이상 받았다"면서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 TSMC는 그저 자리에 앉아 반도체 시장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지켜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우여곡절(3): 삼성이 파운드리 사업에 열중하는 이유(Why Samsung is so keen on foundry biz)'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선 "TSMC는 선단공정에서 서비스 가격을 올릴 여력이 아직 있고, 장비 확보가 늦어질 때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남아있다"며 "하지만 삼성의 성장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단 공정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를 이어갔다. 디지타임스는 "TSMC의 파운드리 설비투자액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투자의 약 2~2.5배 수준"이라며 "과거 양사의 차이는 3배 정도였지만 격차가 좁혀졌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만 놓고 보면 TSMC의 투자액은 삼성의 약 3.5배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타임스는 또 "TSMC는 고객사가 1000여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고객사는 150여곳에 불과하다"며 "삼성은 TSMC의 경쟁상대가 안되지만 삼성은 TSMC를 도발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3~5년안에 삼성이 TSMC와 정면승부를 벌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도발했다.

디지타임스가 삼성을 폄하하고, TSMC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 것은 TSMC가 고객사를 넓히는 데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선단공정에서 삼성전자와 TSMC간의 경쟁은 치열하다. 디지타임스는 에이서, TSMC 등 50여곳의 대만 ICT기업의 투자를 받아 설립됐다. 이 매체는 WPG 홀딩스, 어드밴텍, 폭스콘, 위스트론 등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대만 기업의 투자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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