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라는 말인지, 실무자에 책임 떠넘기는 건지"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야권은 2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878억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되는 영빈관 신축 계획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 집중공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단장인 한병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국격을 얘기하며 중요하다면서 총리가 모르고 대통령실 수석도 모르고 집권여당에서도 모르면 누가 알고 있었냐”고 반문했다.

한 의원은 “어디선가는 논의를 했을 텐데 책임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이것이 지금 국정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지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 민주당에서 ‘김건희 여사의 신축 지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두고 “대선 과정에서 ‘우리가 당선되면 청와대 영빈관을 옮기겠다’고 발언한 것이 나와 민주당에서는 의심하는 것”이라며 “책임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모른다고 하기 때문에 그러면 논의 주체가 어디있냐며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총리의 발언이) 정말 끔찍한 발언"이라며 "국무총리가 1, 2억도 아니고 800억 가량의 예산 요청을 몰랐다고 국회에서 증언하는 건 본인이 허수아비라고 생각해서 말씀을 하시는 건지, 아니면 문제가 되니까 책임을 실무자한테 떠넘기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탁 전 비서관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본인이 주재한 회의에서 국무회의 안건으로 통과되는데 그것을 몰랐다고 얘기할 수 있느냐”며 “놓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놓쳤다고 얘기할 순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에 관해선 “당연하다”면서 “대통령 본인이 주재하지 않는 회의는 보고받지 않는다는 얘기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에 영빈관 신축 계획을 질의했던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영빈관 짓는 예산도 총리가 몰랐다고 한다면 총리는 패싱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나라 국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서 의원은 “특히 한 총리는 여러 번 총리를 했고 경제통이었던 사람인데 기재부 기금관리 운영 예산으로 숨어 들어가 있던 내용들이 실제로는 보고되지도 않았다는 것에 상당히 충격적”이라며 “제일 중요한 건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이 되면 영빈관을 옮길 거야’라고 하는 녹취가 만천하에 드러났고, 지금 현실로 드러나니까 대통령 내외가 개입된 것인지, 아니면 그때 그 말 때문에 이렇게 진행된 것인지 여러 가지로 다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 총리는 전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영빈관을 짓는 878억원 예산을 사전에 알았나’라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저는 몰랐다.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답변했다.

한 총리는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보내 협의를 하는 과정도 국무조정실과 비서실이 대부분 일을 하게 된다"라며 "총리가 건물을 짓는 걸 다 알아야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라고 설명했으나 민주당 측은 책임자를 문책·경질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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