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줄다리기 ‘본격화’..."보험료 조정은 시장에 맡겨야" 주장도

8일 경북 포항시 포항종합운동장에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본 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제공=연합뉴스
8일 경북 포항시 포항종합운동장에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본 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집중호우로 인한 차량 침수피해 여파로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6개월만에 처음으로 80% 수준까지 올랐지만, 금융당국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은 계속 되고 있다. 지난 4월 자동차보험료 인하 수준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자동차보험료를 2.5% 이상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비자 물가지수에 포함된 자동차보험료 조정에 매년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며, 보험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자동차보험료 조정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모두 80%대로 나타났다. 주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대까지 오른 것은 올해 2월 이후 처음이다.

보험사별로는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0%로 7월 대비 3.2%포인트 올랐고, DB손보가 6.2%포인트 오른 83.0%, 현대해상은 2.8%포인트 오른 80.9%를 나타냈다. KB손보는 3.7%포인트 상승한 83.1%, 메리츠화재는 2.4%포인트 오른 80.0%를 기록했다. 이들 5개 대형사의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모두 합쳐 88% 수준이다.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한 이유는 집중호우에 따른 차량 침수피해 여파로 분석된다. 손보업계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23일까지 손보사에 접수된 침수 차량은 1만1988대였으며, 이 가운데 폐차 처리 대상인 전손 차량은 7026대로 전체의 58.6%에 달했다.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예상대로 80%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금감원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금감원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및 향후 감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1%로 전년 동기 대비 2.3%포인트 하락해, 2017년 기록한 77.8% 이후 최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영업이익은 62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7억원 증가해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금의 추세라면 올해 말 자동차보험의 영업이익은 약 1조원, 당기손익은 1조5000억원, 매출액은 21조원을 초과할 전망이다.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에도 금융당국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은 손보사들에겐 부담이다. 이달 들어 제14호 태풍 난마돌과 제 11호 태풍 힌남노에 따른 차량 침수피해가 추가돼 9월 손해율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자동차 가격 및 수리비,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자동차 사고 보험 청구 비용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보험이 최근 2년 사이에는 흑자로 전환했지만, 2020년까지 지난 10년간 기록한 8조9529억원의 적자도 손보사들에겐 무거운 짐이다.

자동차보험은 소비자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인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친 합산 비율이 100% 미만일 경우 수익권에 들어선다. 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경과보험료로 나눈 비율이고, 사업비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인건비, 마케팅 비용, 모집 수수료등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10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7%로 지난해 89.7% 대비 5%포인트 감소했고, 당시 금융당국은 2% 정도의 보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의 보험료 인하 압박에 난색을 표했던 보험사들은 올해 4월 1.2~1.4% 수준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력을 최대 5% 이상으로 보고 있다. 결국, 지난해 인상폭을 고려해보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폭이 더 큰 만큼 2.5% 이상의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은 도로교통법 개정 등 법규환경 강화와 보험사기 단속 및 처벌 강화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는 만큼 당분간 개선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인다”면서도 “10년간 약 9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근래 흑자가 났다고 이를 바로 보험료에 반영하는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 부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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