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둔화 추세에 정제마진 연중 최저

사진=유토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신지하 기자] 올 상반기 고유가로 상반기에만 12조원이 넘는 흑자를 거둔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가 유가 하락에 정제마진 약세로 고전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9월 넷째주 기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전주(0달러)보다 소폭 오른 배럴당 1.5달러를 기록했다.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비·수송비 등을 제외하면 남는 돈이 없는 셈이다.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정유 4사는 지난 상반기에만 12조320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8995억원)보다 215.9%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는 정제마진의 강세와 유가 상승 덕분이다.

연초 배럴당 76달러 수준이던 두바이유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128달러선에 근접했다. 정제마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수급 불안 등이 나타나며 6월에 30달러선까지 뛰었다.

하지만 유가와 정제마진이 최근 약세를 나타내며 하반기 실적 전망이 어두워졌다. 증권가에서는 정유사들의 하반기 영업이익이 상반기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석유 수요 둔화로 두바이유는 지난달 84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정제마진도 지난달 둘째주 기준 배럴당 2.7달러를 기록한 이후 3주 연속 연중 최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화 강세 흐름도 정유사들의 원유 매입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만 정제마진이 하반기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정제마진 턴어라운드는 러시아 전쟁, 중국 수출 제한 같은 단편적인 원인 때문이 아닌 탈탄소 기조와 구조조정에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공급 부족은 단기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라며 "정제마진은 4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석유제품 수요 둔화는 현실화되고 있으나 공급차질 역시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어 4분기 정제마진은 '에너지 대란' 방향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유럽 주요 국가들이 9월 말 기준 천연가스 재고를 80% 이상 비축하긴 했으나 러시아산 공급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만큼 동절기 가스 대체용 수요 증가와 그에 따른 등·경유 오버슈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