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2022년 상반기 글로벌 3위 완성차 업체
정의선 회장 '퍼스트 무버' 전략 주효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그룹 총수에 오른지 만 2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 등 경영 불확실성이 불거질 때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에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악재가 이어졌지만, 정 회장은 뚝심있는 경영 철학으로 현대차그룹을 미래 모빌리티 선도기업으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올 상반기 330만여대 판매, 글로벌 3위 완성차 반열에 올라
12일 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전세계 시장에서 329만9000대를 판매, 일본 도요타그룹과 독일 폭스바겐 그룹에 이어 글로벌 3위 완성차 업체에 올랐다. 이는 2012년 포드를 제치고 5위권에 들어간 이후 불과 12년 만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어려워할 때, 정 회장 주도의 공급망 위기 대응 전략을 펼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회장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급속도로 확산되자 다양한 컨틴전시(비상대책) 계획을 수립해 대응에 나선 바 있다. 또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도 집중해 판매 다각화에 나섰다.
정 회장은 취임 후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도를 강조하면서,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라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현재까지는 현대차그룹이 경쟁사를 빨리 따라잡는 기업이었다면,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는 가장 앞서가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다. 실제 정 회장은 취임 후 그룹의 사업 범위를 자동차 영역에서 미래 모빌리티로 본격 확장시켰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는 성능과 디자인으로 세계적 최고 권위의 상을 잇따라 수상했으며, 해외 판매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정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 회장은 “전기차를 기회의 영역으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선점한다는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필요하다면 인력과 조직의 변화도 추진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그룹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해 경쟁 완성차 브랜드를 뛰어넘는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정 회장은 전용 플랫폼 개발 당시, 내부 의견이 엇갈렸을 때 주요 단계마다 직접 점검하고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 친환경사업, 자율주행, 로보틱스, UAM 등으로 사업확장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선도기업이 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오는 2030년 총 307만대의 전기차를 판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17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87만대, 점유율 7% 달성을 추진중이다. 기아는 2023년 플래그십 모델인 EV9을 비롯해 2027년까지 매년 2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 총 14종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더불어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도 120만대를 달성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사업영역을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사업, 자율주행, 로보틱스,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등으로 확장시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하이드로젠 웨이브’ 글로벌 온라인 행사를 열어 수소사업의 비전을 밝혔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수소전지차 넥쏘, 수소트럭 엑시언트 등 수소차 시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인수했다. 특히 정 회장은 로보틱스와 메타버스를 결합한 ‘메타모빌리티’ 사회에 집중하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 참석,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면서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시급
다만 정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많다. 당장 미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은 그동안 매년 자동차 회사당 20만 대의 전기차까지 대당 7500달러의 신차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IRA 발효로 인해 전기차 세액공제 기준이 변경, 미국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올해 연말기준 21종으로 줄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전기차 역시 미국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중이다.
현대차는 미 조지아주에서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완공은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어 당장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장 가동을 시작해도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려 IRA 통과로 인한 판매 손실을 바로 만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 “IRA가 현재 전기차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태”라며 “전기차 판매가 계속 중단되면, 브랜드 인지도도 상당히 하락하고 딜러망도 약화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정 회장은 IRA 시행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도 올랐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의선 회장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낼지 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