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내용이 담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으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판매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현대차 미국법인(HMA)에 따르면 지난달 HMA은 전기차 아이오닉5를 1306대 판매했다. 이는 8월 판매량(1517대)보다 14% 줄어든 수치다. 기아의 전기차 EV6는 지난달 1440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달(1840대)보다 22% 급감한 판매량이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 전기차 실적 악화가 IRA의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IRA는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에 7400억달러(한화 약 910조원) 규모의 지출안이 담긴 법안이다. 법안은 지난 8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 후 공포해 곧바로 시행됐다.
특히 이 법안은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선만 세액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또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나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세액 공제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은 그동안 매년 자동차 회사당 20만 대의 전기차까지 대당 7500달러의 신차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IRA 발효로 인해 전기차 세액공제 기준이 변경, 미국에서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올해 연말기준 21종으로 줄었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전기차 역시 미국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지만, 완공은 2025년을 목표로 하고 있어 당장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지아주 출신인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의원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에 유리한 내용이 담긴 '미국을 위한 합리적인 전기자동차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을 위한 합리적인 전기자동차 법안은 현대차 등 미국 내에서 전기차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업체에 대해선 IRA의 보조금 지급 관련 조항 적용을 오는 2026년까지 유예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IRA를 주요 입법 성과로 홍보하고 있어 법 개정 논의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판매한 전체 자동차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증가했다. 현대차는 9월 미국에서 전년 같은기간보다 11% 증가한 5만9465대를 판매했으며, 기아는 6% 증가한 5만6270대를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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