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해운업계의 근심이 깊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화주들이 주문량을 줄이면서 운송 수요가 줄어 들어서다. 덩달아 해운 운임 지수는 급락 중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동량 폭증으로 고공 행진하던 때와 정반대다. 실적 피크아웃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달 30일 1922.95로 나타났다. 전주 대비 149.09포인트 내린 수치다. 올해 초 최고점이었던 5109.6에 비해서는 무려 62.4% 감소했다. 최근 16주 연속 하락하며 경기침체가 뚜렷하다. 특히 2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20년 11월 이후 22개월만이다.
운임은 배에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선적 공간에 비해 실어야 할 물건이 많으면 올라간다. 반대로 물건이 적으면 운임이 내려간다.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을 앞두고 물동량이 대폭 증가하는 ‘쇼핑 대목’인 3분기에도 해상 운임이 하락한 것은 물동량이 줄었다는 얘기다. 경기 침체가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해상운임이 감소하면 해운업계의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하다. 올해 1분기 매출 4조9187억원, 영업이익 3조1486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HMM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올해 4분기 HMM의 영업이익을 1조9694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27.02% 하락한 수치다.
운임 하락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어느 정도의 수치를 ‘정상화’ 단계로 볼 지에 대한 업계의 합의가 없다는 점에서 운임 하락에 대한 지속론과 반등론은 상존한다. 코로나19 펜데믹 이전 운임은 평균 1000대 수준이었다. 여전히 코로나 이전에 비해 2배 수준의 운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 운임이 높으면 수출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SCFI 하락 속도가 유지된다면, 4분기에 1000포인트까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까지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소비 위축으로 물동량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