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LX그룹의 계열사들이 업계별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그룹 출범 당시 구본준 회장이 천명했던 ‘1등 DNA’가 뿌리를 내리는 모습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X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은 순항 중이다.
먼저 그룹 맏형격인 LX인터내셔널이 가장 ‘믿을맨’이다. 올해 사상 첫 매출 20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LX인터내셔널의 올해 매출을 19조7000억원 가량으로 추정한 가운데 지난해 매출 585억원을 기록한 포승그린파워의 인수 절차가 전날 마무리 됐다.
여기에 지난해 매출 3093억원을 기록한 한국유리공업도 연내 인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여 단순 계산으로 LX인터내셔널의 매출은 2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상사업계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LX인터내셔널의 M&A를 통한 ‘몸집키우기’는 그룹 차원에서도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6월 LX그룹은 LG그룹의 품을 떠난 지 1년여 만에 법적으로 완전 분리됐다. 하지만 여전히 공정위의 관찰 대상이다. 향후 3년간 LG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등 독립경영 요건을 지켜나가야 한다. 높은 거래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면 계열분리 취소 등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M&A는 신규 거래처 확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된다. 자산 규모를 키우면 LG와의 거래 비중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LX하우시스는 2009년 4월 LG화학 산업재 부문에서 분할 설립된 이후 올해 2분기까지 5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50분기 이상 연속 흑자를 낸 유일한 건축자재 상장기업이다. LX하우시스는 인테리어 브랜드 ‘LX지인(Z:IN)’을 앞세워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을 공략 중이다. 올해 매출 3조5000억원 이상을 올리며 지난해 매출(3조4720억원)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LX세미콘은 매출 2조원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상반기 총 1조2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후반기에도 비슷한 실적이 예상된다. LX세미콘은 유일하게 세계 50위권에 드는 시스템반도체 설계업체다. 반도체를 그룹의 주축으로 세우려는 구 회장의 총애를 등에 업고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뿐만 아니라 차랑용 반도체와 방열기판 등 사업 분야를 점차 확장 중이다.
지난 5월 차량용 전력 반도체 업체 텔레칩스(Telechips)의 지분 인수에 이어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매그나칩 반도체 인수도 상황을 주시하며 반전을 노리는 중이다. 연내 코스닥 상장을 폐지하고 코스피 이전 상장도 추진한다.
LX판토스는 국내 최대 종합 물류기업 입지를 굳히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미국 리서치 기관 암스트롱 앤드 어소시에이트(A&A)에 따르면, LX판토스는 지난해 글로벌 물류기업 중 해상 물동량으로 세계 6위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10위 안에 들었다.
물동량은 물류업체의 영업력과 가격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LX판토스의 해상 물동량 165만8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는 서울과 부산을 13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이 같은 호조를 이끄는 ‘구본준 사람들’의 면면에도 관심이 쏠린다. 구 회장은 주로 전략통을 지주사인 LX홀딩스에 배치해 그룹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선 그룹의 살림을 꾸리고 있는 박장수 CFO(전무)가 큰 틀에서 리스크를 관리‧감독한다. 박 전무는 20년 넘게 LG그룹에 재직한 정통 LG맨이다. 줄곧 재무 분야만 담당한 재무통으로 관련 지주사 경험만 10년이다.
구 회장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노진서 대표(부사장) 역시 30년 가까이 LG에서 일한 잔뼈가 굵은 전략가다. LG전자에서 경영전략담당 상무, 로봇센터장,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LX홀딩스에서는 구 회장의 신임 속에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진두지휘 중이다. 포승그린파워와 한국유리공업 인수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