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먼저 접촉해오는 보험사들과 초기 논의단계”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네이버파이낸셜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파트너로 손해보험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를 제외한 2위권 손보사들로만 구성했다. 네이버는 파트너 손보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업계 1위사만 따돌리며 보험시장 선점이라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네이버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허용하며, 소비자 편익을 최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 의도와 달리, 네이버는 소비자 편익은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빅테크가 시장지배력 남용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소비자보호 및 건전성 등에 대해 규제차익 뿐만 아니라 시장경쟁 관점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파트너로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 5개사를 선정하고, 금융당국이 시범운영을 허용하는 대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범운용을 위해 이달 중순부터 빅테크, 핀테크 플랫폼 업체들, 보험사,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빅테크의 보험상품 추천 서비스는 ‘휴업’ 상태다. 금소법 위반 소지를 해소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핀테크 업계는 지난해 9월 이후 자체 금융상품 추천·비교 서비스에서 보험상품을 모두 내린 상황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빅테크 업계의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중개’ 행위로 규정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중개를 하려면 금융위원회에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보험업법 시행령상 플랫폼 업체들은 보험상품의 중개업자 등록이 불가능하다.
금융위는 지난 8월 23일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어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핀테크들의 예금·보험·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를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심의했다.
당초 이 서비스는 이달 중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규제 허용의 범위 등 활성화 방안의 세부 내용이 결정되지 않아 연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카카오 먹통’ 사태 등의 여파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시행이 올해는 어려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고 소비자 편익은 최대화하고 피해는 최소화하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가장 신경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이버파이낸셜은 2위권 손보사들만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파트너로 선정하고, 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는 제외했다.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네이버가 2위권 손보사들게게 직접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파트너로 제안을 했지만, 손보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에는 별도의 연락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관계로 서비스 준비내용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고, 먼저 접촉해오는 모든 보험사들과 초기 논의단계다”라고 밝혔다.
이어 “2위권 손보사들로만 파트너를 구성하거나, 특정회사는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상황은 전혀 아니고, 아직 서비스 구체화된 내용이 없어 5개 보험사들을 ‘선정’하는 단계도 아니며, 초기 구두 협의단계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편익을 최대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당국의 취지와 달리 네이버는 손보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파트너에서 제외하며 디지털 보험시장 선점이라는 야심을 드러낸 셈이다.
앞서 지난 2020년에도 네이버파이낸셜은 자동차보험 비교견적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며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과 손을 잡았다. 당시 네이버는 자동차보험 점유율 30%에 달하는 삼성화재를 제외한 손보사들과 손잡고 수년간 고착된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재편을 시도했다. 하지만 플랫폼 이용자가 똑같은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11%라는 고액의 통행세(소개 명목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논란으로 결국 불발됐다.
이러한 이유로 보험업계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특정 보험사를 밀어주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빅테크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시장에 진입장벽이 생기면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저하되면서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수 있다”며 “소비자보호 및 건전성 등에서의 규제차익뿐만 아니라 시장경쟁의 관점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연준 금융위 은행과장은 “금융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금융소비자 보호 원칙이 흔들리면 안된다는 것이 당국의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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