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사는 어느 해보다 철저히 더 강력하게 대응"
[데일리한국 박준영, 이지예, 김리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 했다. 민주당이 앞서 전면 불참하기로 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조차 하지 않은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25일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는 대신 로텐더홀에서 ‘국회 무시 사과하라’ ‘야당탄압 중단하라’ ‘이 XX 사과하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규탄대회를 벌였다.
이들은 항의 행동을 이어가다 오전 9시39분쯤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침묵 시위로 대응했다. 이후 민주당은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현 정국에 대한 대응방안 토론에 들어갔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난 뒤에는 다시 로텐더홀에 모여 규탄대회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그동안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과 종북 주사파 발언, 검찰과 감사원의 전방위적 수사·감사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시 협치할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간주, 시정연설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이에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전 진행된 국회의장과 5부 요인 등 사전 차담회에도 불참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의총에서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사태는 정상 정치를 거부하고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정부와 여당이 이런 방식으로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 이제 우리는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반협치 폭주 앞에 오늘 대통령 시정연설을 거부하나 국민 혈세를 허투루 쓰이지 않게 예산심사는 그 어느 해보다 철저히 그리고 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하면서 정국은 급속하게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출구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관계를 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야당의 보이콧은) 국회법 제84조 1항 위반 가능성이 있다. 조항을 보면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는다’라고 돼 있지 ‘들을 수 있다’고 돼 있지 않다. (민주당이 의무 규정을 위반한 것인가에 대해)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 정치의 핵심은 국회가 아닌 대통령이고, 대통령이 합치하지 않겠다는 한 현실적인 해법은 없다”면서 “윤 대통령이 현 사태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입장을 바꾸지 않은 한 대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