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로 예정된 5억달러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중도상환(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면서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외화채권 발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기상환 미행사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을 모았다.
3일 보험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이달 9일로 예정된 5억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흥국생명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상환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지만 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차질이 생겨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외화채권 발행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미 관련 일정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채무불이행이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흥국생명은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영향과 조기상환을 위한 자금 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며 “흥국생명은 채권발행 당시의 당사자 간 약정대로 조건을 협의·조정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흥국생명의 수익성 등 경영실적은 양호하며 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등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사다”라며 “따라서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 않는 상황이며 기관투자자들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기재부 및 금감원, 흥국생명과 소통하고 있으며 조기상환권 미행사에 따른 시장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고 밝혔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가진 하이브리드 증권으로,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명목상으로는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조기상환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지만, 투자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최초 조기상환 도래 시점을 해당 증권의 실질적인 만기로 인식하고 있다.
조기상환권 미행사가 채무불이행과는 다르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채권시장은 이를 큰 악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이 외화 후순위채에 대한 조기상환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화표시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저하된 바 있다.
국내 보험사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2017~2018년 중 해외채 시장에 총 22억달러(약 3조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 가운데 내년 이후 조기상환 콜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 수준이다.
보험사별로 보면 한화생명이 2018년 4월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 10억달러의 조기상환이 내년 4월 도래한다. 이에 대비해 한화생명은 지난 2월 7억5000만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이미 발행했다. 추가로 7억5000만달러 발행을 예고했지만, 최근 시장 상화 악화로 나머지 발행을 연기한 상태다.
또 KDB생명은 2018년 5월 발행한 2억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이 내년 5월 도래한다. 아울러 교보생명은 이미 올해 7월 조기상환 시기 도래에 앞서 지난 6월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발행하고 조기상환을 완료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기상환 미행사로 국내외 자금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신규 자금을 조달하려는 회사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조기상환 미행사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경제적 이유로 신종자본증권 콜 행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 편이고 펀더멘털에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조기상환 행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최근에는 크게 이슈화되지 않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도 “엄밀히 따지면 콜옵션 미행사는 계약 위반도 아니고, 전체적인 조달 여건이 어려워진 것에 따른 결과이다”라며 “흥국생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보험사이니 만큼 공기업이나 은행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 채권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발행 조건상 이자율 재설정 조항이 있고 그에 따라 콜옵션 행사 가능 시기를 6개월 연장한 상황이다”라며 “시장상황이 나아지면 콜옵션을 행사하면 되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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