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수능 이후 일시적 학군 수요"
전셋값 동반 하락으로 하방 뚫려있어
[데일리한국 김지현 기자]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1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2012년 5월 시세 조사 이래 최대 폭 하락을 기록했다. 이로써 서울은 4주째 최대 낙폭 기록을 갱신했다. 특히 도봉구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은 무려 1%(-0.99%)에 육박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유일하게 강남권에서는 하락폭이 감소되는 추세가 나타났다. 서초구는 -0.27%에서 -0.22%로, 강남구는 -0.37%에서 -0.34%로 낙폭이 둔화됐다. 송파구는 -0.57%에서 -0.48%로, 강동구도 -0.55%에서 -0.54%로 낙폭이 줄어들었다.
통상 추세전환은 핵심지부터 시작된다. 그렇다면 이를 추세 전환의 신호로 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해석하기는 힘들다. 최근 강남권에서는 매매가 못지 않게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아파트값이 하락하더라도 전세가가 일정선에서 유지되면, 그 부근에서 하락이 멈추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매가 못지않게 전세가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전세시세가 매매시세의 하락을 받쳐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금리가 올라가면 전셋값이 안정되고, 금리가 내려가면 전셋값이 올라가곤 했다. 저금리로 이자수입이 줄어들면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그 결과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서 전세값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례적으로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1일 한국부동산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셋값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주 서울 하락폭 -0.89%은 조사 이래 최대 하락이다. 특히 서초구의 전셋값은 1.10% 폭락하며 지난주(-0.81%)보다 낙폭을 키웠다. 부동산원은 “우면·반포·서초동 등 주요 대단지 위주로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에서는 지난 11월 9일 전용 84㎡ 전세 계약이 12억3750만원에 체결됐다. 지난 6월 역대 최고가 거래였던 22억원에서 10억 가량 하락한 것이다. 인근의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는 지난해 9월 최고 실거래가 23억원을 찍었지만 최근 14억원 수준으로 호가가 내려왔다. 최고가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총 3375가구)’의 경우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전용 84㎡의 경우 4일 기준 호가가 9억5천만원까지 내려왔다.
이같은 전세시세 급락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저금리 및 계약갱신청구권,임대차 3법 영향으로 단기간에 전세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세대출제도를 이용해 거액의 전세자금을 대출받게 된 세입자들이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자 월세를 찾는 등 전세수요가 대폭 감소하게 되면서 전세 시세가 하락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강남권에 대규모 입주가 시작된다. 강남구와 서초구에만 입주물량(임대물량 제외)이 1만가구 넘게 공급된다.
강북, 강남 외곽, 강남 중심 등 지역에 따라 하락에 시차가 있을 뿐, 서울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한 업계 전문가는 "최근 급매 위주로 강남권에서 전세가 모처럼 활발하게 소진됐는데 이는 수능 이후 학군지 수요로 인한 현상으로 보인다"며 "추세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도 "금리인상 폭이 완화될 전망이라고 하지만, 완만하게 상승한다는 것이지 인하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고금리가 지속되는 한 전셋값은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