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차 증권사 최장수 CEO...자본시장·구조화금융 달인
부동산PF 최강자 등극...성과주의 문화 정착해 경쟁력 업
증권사 1위 왕좌 두고 미래에셋과 막판 초박빙 승부 예고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최근 증권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단연 메리츠증권이다. 금리 인상과 주식시장 위축에 대부분의 증권사가 실적 악화에 직면한 반면, 메리츠증권은 악조건 속에서도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의 돌풍 배경에는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의 역할이 상당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메리츠증권의 깜짝 선전을 두고 '최희문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생겨날 정도다.
최 부회장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과 증권사 영업익 순위 1위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막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 4분기 최 부회장이 다시 한번 기적을 쓸 지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올해 호실적을 달성하면서 지금까지 우려스럽게 바라보던 시장의 불신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그동안 우직하게 사업을 이어왔던 최 부회장의 결정이 위기 상황에서 메리츠증권을 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 12년차 최장수 CEO...부동산PF 최강자 비결은?
메리츠증권과 최 부회장의 만남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리츠증권은 당시 삼성증권 캐미탈마켓사업본부장이었던 최 부회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듬해 최 부회장은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고, 2017년에는 부회장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 3월 최 부회장은 네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증권사 현역 CEO(최고경영자) 중 최장수 타이틀을 거머줬다.
12년간 메리츠증권을 이끌어 온 최 부회장은 '자본시장 전문가' '구조화금융의 달인'으로 평가받는다. 경영 철학은 신중하되, 창의성을 중시하며 직원들과도 자유로운 토론을 즐기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 취임 후 메리츠증권은 사업 구조부터 조직 문화까지 전방위에 걸친 체질개선을 이뤄냈다.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적극적으로 육성했고,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켰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이른바 저축은행 사태로 부동산PF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던 2010년대 초반 과감하게 시장에 진입했다. 당시만 해도 부동산PF는 증권사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메리츠증권은 안전한 딜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성공했고, 현재까지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 한 번 없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성과가 있을 수 있던 배경은 체계적인 구조화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동반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 부회장은 매주 열리는 투자심사위원회에 직접 참여할 만큼 철저하게 딜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의 분위기도 변화했다. 최 부회장은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고급 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메리츠증권은 합리적인 성과 보수 제도를 도입했다. 성과급 비율을 조정하고 인공서열 등을 없애자 고급 인력들이 자연스럽게 메리츠증권에 몰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부동산PF 사업을 시작한 후부터 이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오랜시간 동안 부동산PF를 사고 없이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안전한 구조화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다"라고 말했다.
◇ 미래에셋과 막판 경쟁 예고..."내년 기대감 더 크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또 한 번의 분기점을 맞이했다. 학수고대했던 연간 영업이익 1조원 달성과 함께 증권사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7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4436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 5323억원, 2019년 6799억원, 2020년 8280억원을 기록하며 고성장을 이어왔다. 지난해 9489억원을 기록해 최대 실적 경신에 성공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1조원 달성에는 실패했다.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8235억원으로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 7647억원 대비 약 8% 성장했다.
올해 4분기 실적만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영업익 1조원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기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올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간 영업이익은 95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의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도 약 9800억원으로 메리츠증권을 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의 막판 경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메리츠증권이 목표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이미 충분히 의미있는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큰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강점인 부동산PF가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년에도 증권업계 불황과 부동산 시장 경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메리츠증권이 향후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시장에서는 부동산PF 우량딜이 메리츠증권 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IB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메리츠증권은 역으로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내년 상황이 올해보다 더 안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메리츠증권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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