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활성화는 미지수...업계 "재초환 등 추가 규제 완화 필요"
[데일리한국 김지현 기자] 정부가 도심 정비사업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국토교통부는 8일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을 50%에서 30%로 줄이고,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점수 비중은 각각 현행 15%와 25%에서 모두 30%로 높이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재건축 판정 점수도 개정해 조건부 재건축 판정 점수도 45∼55점으로 범위를 축소하고 의무사항이었던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도 지자체의 요청이 있을 때만 시행하도록 했다.
앞서 지난 2018년 3월 정부는 안전진단 평가를 구조안전성 비중을 50%로 높이고,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비중은 각각 15%, 25%로 낮추는 한편 안전진단 결과에 대한 공공기간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 했다.
그리고 이는 안전진단 기준이 사실상 재건축 규제수단으로 기능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구조 안전성은 건물이 구조적으로 안전한지를 판단하는 것으로, 이 비율이 높아지면 아파트가 노후화되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도 붕괴 위험이 우려되지 않는 이상 안전진단 통과는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 따라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비중이 각각 30%로 상향 조정되면 주차대수, 생활환경, 일조환경, 층간소음, 난방, 급수, 배수 상태 등 주거 여건 불편 등을 이유로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또 안전진단 결과 ‘재건축 확정’인 E등급의 점수 범위도 확대된다. 현재는 안전진단 평가항목별 합산 점수가 30점 이하면 재건축을 확정하는데, 앞으로는 45점 이하를 받는 경우에도 바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다. 반면 ‘조건부 재건축’인 D등급의 점수 범위는 현재 30~55점 이하에서 45~55점 이하로 축소된다.
이에 따라 안전진단 단계에서의 탈락을 우려해 선뜻 재건축을 추진하지 못하던 단지들이 재건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270만호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한 기반 조성으로 볼 수 있다"며 "내년 1월 정책 시행 이후 재건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단지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목동신시가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9, 11단지가 2차에서 탈락한 뒤 다른 단지들도 2차 안전진단 신청을 보류하고 움츠러들어 있던 상태였다"며 "이번 발표로 자금이 준비된 단지들은 컨설팅을 받아서 하나둘 다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목동신시가지는 1∼14단지 중 6단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9, 11단지를 제외한 2만3000여 가구에 달하는 나머지 단지는 1차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아 현재 적정성 검토를 진행중이거나 진행을 앞두고 있다.
강남구 일원동 수서1단지도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신청을 준비 중이다. 송파구 오금동 대림아파트는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2차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재건축을 본격적으로 활성화 시키려면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일단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에 준공된 단지들은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 통과가 쉬워질 것"이라면서도 "재건축의 최종관문인 재초환 규제 완화가 뒤따라야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안전진단을 시행하려던 단지에는 좋은 소식이지만, 재초환 같은 재건축 저해 요인은 여전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