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7.  사진=BMW그룹코리아 제공
BMW i7.  사진=BMW그룹코리아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전기차에서 'AM 라디오' 수신 기능을 배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업계 관심이 모인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AM 라디오가 전기차 안전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AM 라디오 논쟁이 벌어진 건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서 판매되던 BMW 전기차 i3에 AM 라디오 수신 기능이 없어 불편하다는 영업일선의 지적이 나왔고, 이듬해 한 해커가 i3를 해킹해 AM 라디오를 수신하는 방법을 공개한 것.

BMW 북미법인은 당시 그린리포트 등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AM 라디오 수신기가 모터 등 전기구동부에 전자기 간섭을 일으켜 안전운전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배제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아우디, e-트론 GT. 사진=아우디코리아 제공
아우디, e-트론 GT. 사진=아우디코리아 제공

지금도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등 전동화 차량에 AM 라디오 수신 기능을 빼는 추세다. 유럽 및 미국 판매 사양 기준으로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볼보, 폴스타 등 유럽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대부분은 BMW와 동일한 입장이다. AM 라디오가 전기모터 간 전자파 간섭으로 오작동을 일으킬 위험이 있고, 라디오 수신 품질도 좋지 않다는 것이 이들 설명이다.

반면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상당수가 AM 라디오 수신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쉐보레 볼트 EV나 포드 F-150 라이트닝. 루시드 루시드 에어 등은 AM 방송을 들을 수 있다. 테슬라의 경우 FM 라디오만 지원한다.

테슬라 전기차는 FM 라디오 수신 기능만 지원한다. 사진=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테슬라 전기차는 FM 라디오 수신 기능만 지원한다. 사진=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자동차 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산차와 BMW(i4, ix3 등 시판 중인 전기차. i7 미정) 정도만 AM 라디오 수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럽산 전기차 및 테슬라는 국내서도 AM 라디오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미국에서는 AM 라디오 옵션을 제공하지만, 국내 판매분에선 FM만 이용 가능하다.

이는 지역적인 요인도 한 몫 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국토가 넓어 송수신 거리 확보에 유리한 AM 라디오가 여전히 주류다. 하지만 유럽은 일찌감치 디지털 오디오 방송(DAB)으로 전환이 이뤄지면서 인프라 유지 비용이 부담스러운 AM 방송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내서도 AM 라디오는 퇴출되는 모습이다. MBC와 SBS는 지난달 8일 0시부터 AM 라디오 송출을 중단했다. 각사는 6개월간 AM 라디오를 운용을 휴지한 뒤 완전히 종료할 예정이다.

폭스바겐 ID.4 인테리어 사진=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ID.4 인테리어 사진=폭스바겐코리아

미 의회는 자국내 판매 중인 전기차에 AM 라디오 기능을 유지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에드워드 존 마키(Edward John Markey) 미 상원의원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자동차 회사들에 전기차 내 전자파 차폐 문제를 해결하고 AM 라디오를 유지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등의 혁신에도 불구하고 AM/FM 라디오는 정부가 비상시에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비용이 들지 않으며 접근하기 쉬운 통신 메커니즘으로 남아있다"며 “배출가스 저감을 위해 전기차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때문에 라디오의 이점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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