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에서 속속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주의에 애국소비 심리가 더해지면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13일(현지시간) 클라우스 젤머 스코다(Skoda) CEO는 독일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시장 철수를 검토 중”이라며 “내년 중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다는 독일 최대 자동차 그룹 폭스바겐 자회사로, 동유럽과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저가형 브랜드다. 모회사 폭스바겐은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합작법인(상하이폭스바겐)을 설립, 스코다 차량을 현지 생산·판매해왔다.
젤머 CEO는 중국 자동차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으며,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사업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스코다가 중국 대신 인도 시장에서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실제 스코다는 최근 인도에서 정비 서비스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0월 지프(Jeep)도 중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지프는 중국 내 공장 가동을 멈췄고, 광저우그룹과 설립한 합작사는 12년만에 파산신청했다. 양사는 공동성명을 통해 광저우자동차와 스텔란티스가 더 이상 큰 손실을 입지 않도록 중국 합작사의 파산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이유는 판매부진이다. 2017년 22만대 이상 판매하며 넘으며 전성기를 누렸던 지프는 지난해 2만대도 팔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지프는 연 생산 30만대 규모의 대형 공장을 중국서 운영 중이었는데, 최근 판매추이로는 이를 유지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중국 현지언론들은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는 2,628만 대로 전년대비 3.8% 증가했다. 중국 브랜드 판매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8% 신장했지만, 독일(12.2%↓), 미국(5.1%↓), 일본(3.4%↓)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은 하락했다.
한국업체들도 중국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아의 경우 올 1~10월 중국 판매대수가 7만8400대로 전년 대비 41.1%나 급감했다. 기아의 중국 합작법인 장쑤위에다기아는 3분기 기준 완전잠식상태일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다. 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1240억원이지만, 부채는 2조2792억원에 달한다.
이는 중국산 자동차의 품질력 개선에 소비자들의 애국소비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우선주의로 글로벌 기업들이 더 이상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신호도 감지된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지프 합작사 해산 발표 후 블룸버그 등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중국 비즈니스에 정치적인 개입이 크게 늘었다”며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이 점차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