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유럽연합(EU)이 내년 ‘핵심원자재법(CRMA)’ 입법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미국이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처럼 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연합뉴스와 외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유럽한국기업연합회와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는 EU 집행위원회에 공동으로 의견서를 제출했다. EU는 내년 초 CRMA 발의를 앞두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서를 접수 중이다.
의견서엔 ‘CRMA는 최소한의 행정적 부담, 과도하지 않은 자료 요구로 EU와 비(比)EU 기업 모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대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법안이 나왔을 때 한국과 함께 미국을 비판했던 EU가 똑같은 법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CRMA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는데, 한국이 우려할 만한 내용이 담기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EU 집행위는 2001년부터 산업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주요 원자재를 '핵심원자재(CRM)'로 지정, 유통 관리 및 공급 현황에 대한 조사 및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러다 집행위는 내년 초 EU 내 핵심원자재 생산 및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핵심원자재법(CRMA)’을 내년 1분기 안에 입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직 CRMA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해당 법안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마찬가지로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8월 발효된 미 IRA엔 미 정부가 전기차에 보조금(세액공제)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미국 내 공장서 생산된 전기차일 것 △전기차 배터리 원료 중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공급된 것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전기차는 현재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CRMA에 IRA와 유사한 조항이 들어갈 경우 한국산 전기차의 유럽 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원자재인 니켈, 코발트, 흑연 등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대중(對中) 의존도가 90% 이상이어서,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IRA나 CRMA 모두 주요 자원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안”이라며 “애꿎은 한국 업체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없도록 민관이 힘을 합쳐 잘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