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지현 기자] 신용평가사들이 22일 태영건설과 롯데건설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2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전날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했다.
나신평은 "미착공 개발사업의 규모가 큰 가운데, 부동산 경기 하강국면으로 사업불확실성이 증가했다"며 "재무여력 대비 과중한 우발채무 부담으로 재무안정성의 저하가 전망되는 점을 고려했다"라고 조정 사유를 밝혔다.
이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구조가 장기화돼 있으나 재무여력 대비 과중한 규모"라며 "올해 하반기 일부 사업장 채무인수 등 우발채무 위험이 현실화됐다"고 덧붙였다.
우발채무란 재무제표상 부채로 잡혀 있진 않지만, 특정 요건이 충족될 시 부채로 돌변할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업계는 PF대출에 대한 신용보강(연대보증·자금보충·채무인수) 등을 우발채무로 보고 있다.
나신평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PF차입금에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는 규모는 지난 9월 말 기준 3조2385억원으로, 2018년 1조520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나신평은 "현재 진행중이 주택사업장 분양률이 대뷰뷴 100%로 우수하고, 우발채무 중 만기가 1년 내 도래하는 비중이 약 26.5%로 비교적 낮은 편"이라면서도 "부동산PF 금융시장이 경색되며 일부 사업장에 대한 유동화증권 채무 인수, 종속법인에 대한 직접대여 등 자체자금 소요가 발생해 우발채무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미착공 사업장 중 브릿지 대출인 경우 최근 부동산 PF 금융시장의 경색이 심화되며 차환이 원활하지 않아, 자체 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 하반기 에코시티개발 관련 280억원, 인제스피디움 관련 130억원 등 일부 사업장에 대한 유동화증권 채무인수 및 종속법인에 대한 직접대여(네오시티 228억원 ) 등 자체자금 소요가 발생했다.
한신평도 같은 날 롯데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신평은 "상대적으로 PF 우발채무 규모가 과중하고 착공·분양 이전 단계의 예정 사업장 비중이 크다"며 "금융시장 내에서 유동화증권의 정상적인 차환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짚었다.
한신평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10∼11월 만기가 도래한 유동화증권 차환 과정에 차질이 발생, 상당 물량을 자체적으로 매입했는데 이로인해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이달 9일 기준 3조2000억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기준 롯데건설의 PF 채무인수, 자금보충 약정 등 규모는 6조9000억원이며 내년 1분기 만기가 예정된 유동화증권 규모는 3조5000억원, 2분기엔 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신평은 "전반적인 사업성은 양호한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분양경기 침체 속에서 관련 현장의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분양 실적이 부진할 경우 PF 우발채무 해소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거나 관련 사업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고 유동성 부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계열의 유상증자, 자금대여, 차입금 지급보증 등 직간접적 지원을 통한 자금 조달 등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유동성 대응능력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큰 폭으로 증가한 차입 규모와 자체적인 보유 유동성 수준, 추가적인 PF 우발채무 대응 부담 등을 감안하면 재무역량은 상당 수준 저하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