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채무 중 부동산PF 비중 91%...채무보증 질적 위험도 높아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익 전년 比 82.5%↓...반등 기대 어려워

SK증권 본사. 사진=SK증권
SK증권 본사. 사진=SK증권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수익성 악화와 자산건전성에 비상등이 들어온 SK증권이 각자 대표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새로 선임된 전우종 대표가 각종 리스크에 노출된 SK증권의 소방수 역할을 해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달 21일 공시를 통해 전우종 대표를 새로 선임하고, 김신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각자 대표체제 전환 이유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업계에서는 SK증권의 각자 대표 체제 전환이 대내외적인 급격한 환경변화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공격적인 IB(기업금융) 확장 전략이 암초를 만나며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SK증권은 부동산PF 채무보증을 늘리는 한편 트리티니자산운용, 조인에셋글로벌자산운용, MS상호저축은행 등의 지분을 취득해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위축에 늘어난 채무보증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인수한 자회사들이 흔들리면서 추가적인 자금 지출이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SK증권은 유상증자를 통해 MS저축은행에 18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시장에서는 당장의 자금 지원은 감내 가능한 수준이지만, 향후 시장 위축이 지속된다면 추가적인 자금 소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말 SK증권의 채무보증 규모는 3875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약 62%를 차지하고 있다. 타 증권사 대비 높은 규모는 아니지만, 채무보증의 질적 위험도가 높다는게 문제다. 

같은 기간 SK증권의 우발부채 중 부동산PF 관련 익스포저는 2793억원, 91%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브릿지론 및 중후순위 비중이 각각 30.8%, 90.9%다. 

SK증권의 경영 실적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SK증권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86억원으로 전년 동기 491억원 대비 82.5%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에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투자중개부문과 유가증권 운용부문 실적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투자중개수익은 703억원으로 전년 동기 1085억원 대비 35.2% 감소했다. 또 운용수익도 44억원으로 대비 88.9% 급감했다.

당분간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SK증권은 지점 기반의 투자중개 영업구조를 보유해 자기자본 및 운용자산 대비 판관비 부담이 높다. 또 IB 부문에서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딜이 감소하면서 실적이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사들은 SK증권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SK증권의 등급전망을 안정적(A-)에서 부정적(A-)으로 변경했고, 나이스신용평가도 이달 SK증권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SK증권은 고정비를 커버할 정도의 충분한 수익규모가 창출되지 못하는 가운데 탄소배출권 평가손실, 소송 비용 발생 등 크지 않은 이슈에도 영향을 받는 등 이익구조가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SK증권이 MS상호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IB 사업 부문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당분간 부동산 경기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IB 영업 확대가 제한적인 점, 외형 및 이익창출력이 열악해 대출한도에 한계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너지 창출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잇따른 경고등에 SK증권이 선택한 카드는 각자 대표 전환이다. 아직 김 대표와 전 대표의 업무 분장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SK증권 리스크관리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전 대표는 앞으로도 SK증권의 리스크 관리를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증권 관계자는 "S자산과 부채가 구조적으로 대응·연동돼 있으며, 자산의 상당 부분이 우량채권 등 시장성 금융자산으로 구성돼 유동성 대응력에 있어 구조적 우위에 있다"며 "금리레벨을 이용한 수익 확대 및 비용 절감, 부동산PF 리스크관리 강화 등으로 향후 수익성을 개선하고 재무안정성 관리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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