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PL 인수가 13배에 매각 결정…“고부가 사업 집중”
롯데건설 대여금 5000억원도 조기 회수하며 유동성 확보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롯데케미칼이 해외 비핵심 사업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부가 제품 사업 집중과 인수합병(M&A) 등을 위해 실탄을 장전하는 모양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생산·판매 자회사인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 매각을 위한 이사회를 실시하고 보유 지분 75.01% 전량을 파키스탄 화학회사 럭키 코어 인더스트리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LCPL 매각 금액은 약 1924억원으로 2009년 이 회사 인수가격인 147억원의 약 13배에 달한다.
LCPL은 합성섬유와 페트병의 중간 원료인 PTA를 주로 생산하며 연간 생산능력은 약 50만t 수준이다. LCPL은 글로벌 경제 위기로 석유화학제품 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2021년 매출 4713억원, 영업이익 488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LCPL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석유화학 제품의 고부가화와 스페셜티 사업 확대, 친환경 소재 사업군 진출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고부가 소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고부가 스페셜티 확대라는 중장기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LCPL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하반기부터 울산공장 PTA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 전환을 통해 고순도 이소프탈산(PIA)을 생산해 왔다. 롯데케미칼은 연간 약 52만t의 PIA를 생산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번 LCPL 매각으로 PTA 시장에서는 철수하게 됐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2030년 매출 50조원 달성 계획 중 고부가 스페셜티와 친환경 소재사업에서만 전체 매출의 60%에 해당하는 약 30조원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분리막용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과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등 친환경 고부가 전략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수소 에너지, 배터리 유기용매 등 미래 신사업 조기 정착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황진구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이번 해외 자회사 매각은 비전 2030 전략 방향에 맞춘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의 일환으로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고부가 제품군 확대로 회사의 경쟁력 확대를 이뤄 나가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동박 제조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추진하고 인도네시아에 5조5000억원을 투입해 화학단지를 조성하기로 하는 등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입장이었던 만큼 이번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로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롯데건설의 자금운용 안정을 위해 3개월 기간으로 대여해준 5000억원을 지난 6일 조기 회수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달 26일 일반공모 예정인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롯데건설로부터 회수한 자금에 LCPL 매각 대금까지 약 1조7000억원의 자금 마련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편 앞서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 중점 추진사항으로 ‘안정적 수익 창출 기반 마련’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등을 주문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재무적 실적과 시장 변화에 대응할 역량을 동시에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 투자 여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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