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리뷰 1월28일 두차례 영상스토리 가곡콘서트 진행
50·60·70세대 열정 가득한 인생 돌아보는 ‘소통 음악회’
송난영·지명훈·석상근 정상의 성악가 출연 융복합 공연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요즘 5060세대·실버세대를 ‘꼰대’ ‘라떼’ 등으로 부르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 중장년·노인들과 젊은이들의 엄청난 간극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단어죠. 이 두 그룹을 하나로 이어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음악과 영상이 반반씩 결합된 공연을 생각하게 됐어요. 한마디로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쓰담쓰담 토닥토닥 무대입니다.”
한숙현 월간리뷰 음악감독은 에너지가 넘쳤다. 오는 1월 28일 서울 을지로 4가 푸르지오아트홀에서 두 차례(오후 2시·5시) 영상스토리 가곡콘서트를 연다. 타이틀은 ‘위대한 청춘 70년’이다.
이번이 초연은 아니다. 제천호숫가음악제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이미 공연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 부족한 점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더 정교하고 풍성하게 다듬어 새롭게 선을 보인다.
한 감독을 17일 성수역 근처에서 만나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영상을 활용한 음악회가 부쩍 많아졌다. 이번 무대 역시 그런 공연들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손사래를 친다. ‘음악감독 타이틀’을 달고 나서는 첫 공연인 만큼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설 줄 알았는데, 파이팅 가득한 표정이다. 그러면서 차이점을 적극 설명했다.
“일단 눈을 사로잡습니다. 1950년 6·25한국전쟁부터 시작해 10년 주기로 오늘날까지 대한민국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담은 영상물이 나옵니다. 그리고 귀를 홀리죠. 당시의 상황을 가사에 녹여낸 한국가곡을 연주합니다. 각각 독립적으로 주제를 갖되 유기적으로 맞물려 펼쳐지기 때문에 일반 공연보다 훨씬 감동적입니다. 100% 만족도를 넘어 따따블 정도를 기대하셔도 좋아요.”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지루하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10년씩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다루되 역사에 남을만한 기념비적인 사건과 함께 실생활에서 체험했던 미니 에피소드를 다양하게 엮었다. 그야말로 80여분 감동이 ‘순삭’이다.
그는 “큰 주제는 우리 한민족의 불굴의 의지와 정신이다”라며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던 세계 최빈국이 특유의 성실, 끈기, 리더십으로 GNP 67달러에서 무려 3만달러까지 성장하는 발전상을 역동적으로 담았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성장기’를 압축해 파노라마처럼 펼쳐낸다”고 말했다.
콘서트의 기본적인 뼈대는 모두 6개다. 한국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들과 당시의 생활상을 담은 ‘6·25 전쟁과 참상’이 나오고, 뒤를 이어 ‘가난했지만 희망을 꿈꾸었던 시절’이라는 주제로 1960년대를 그렸다. ‘피·땀·눈물 그리고 자유를 향한 분투’라는 주제로 1970년대를, ‘경제 급성장으로 드리워진 그림자’를 테마로 1980년대를, ‘경제 위기 극복과 문화강국으로의 발전’이라는 주제로 1990년대를 살핀다. 그리고 에필로그로 ‘2000년대 선진국으로의 도약, 세계로 뻗어나는 대한민국’을 표현한다.
“공연을 보다 보면 아련한 추억에 다들 감동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수백명이 다닥다닥 올라간 불국사와 첨성대를 보면 기겁을 하죠.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의 이승복 사건을 기억하곤 ‘그래 그땐 그랬지’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베트남 전쟁 파병, 파독간호사, 그리고 우리도 잘살아보자는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영상에는 눈시울이 촉촉해집니다. 어디 이뿐일까요. 단칸방에서 대여섯명의 식구들이 요강 하나 놓고 잠을 자는 모습을 보면 힘든 시절이 떠올라 숙연해집니다. 1970년대 중학생 잡지 표지모델에 누드가 나오는 모습에는 모두가 폭소를 터트립니다.”
‘귀한 영상’을 구하기 위해 며칠 동안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딱 들어맞는 영상을 찾으려 눈을 부릅떴다. 그는 “벼룩살충제를 무식하게 여성의 주요 부위에 마구 살포하는 것도 지나간 일이니 추억이 되지만, 당시의 열악한 상황에 눈물이 핑 돌았다”며 “미니스커트와 장발 단속 등은 그래도 유쾌한 시간을 선사한다”고 덧붙였다.
시대별 특징을 알려주는 영상에서 주목할 것은 배경음악으로 클래식 음악을 많이 사용했다는 점이다. 공을 많이 들였다. 비발디 ‘사계’, 베토벤 ‘합창 교향곡’ 중 ‘환희의 송가’, 드보르자크 ‘신세계 교향곡’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혁명’, 이바노비치 ‘도나우강(다뉴브)의 잔물결’, 베르디 ‘레퀴엠’ 중 ‘진노의 날’ 등 상당히 많은 곡을 배경음악으로 선택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꼼꼼함이 엿보였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에서 성악가들이 부를 노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6·25전쟁과 관련해서 장일남의 ‘비목’과 윤용하의 ‘보리밭’은 뺄 수 없는 곡입니다. 이외에 1950년대의 아픔과 그 가운데에서도 꿈을 꾸자는 뜻으로 이흥렬의 ‘꽃구름속에’를 부릅니다. 1960년대 곡으로는 조두남의 ‘뱃노래’와 이 곡에 곁들여 ‘잘 살아보세’(김희조 곡)를 접속곡으로 편곡했습니다. 이어 우리 부모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곡인 김동진의 ‘목련화’를 넣었죠.”
1970년대는 훨씬 다양한 장르의 곡을 포함했다. 박건이 불러 빅히트한 가요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김희갑 곡)과 민주주의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힘든 시기였지만 그래도 끝내 국민들이 승리할 것이라는 의미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를 선곡하고, 민주주의는 마침내 봄처럼 다가올 것이라는 뜻으로 임긍수의 ‘강 건너 봄이 오듯’을 들려준다.
“1980년대 곡으로는 경제급성장으로 발생했던 부작용을 극복했다는 차원에서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김세일 곡)과 현제명의 ‘희망의 나라로’를 초이스했어요. 그리고 1990년대는 문화강국으로의 발전상과 2002월드컵을 통해 마침내 부국을 향한 민주화와 산업화의 꿈은 이루어졌다는 뜻으로 조수미의 ‘챔피언’(에릭 레비 곡), 카푸아의 ‘오 솔레미오’,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 등을 골랐어요. 피날레는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의 이미지를 담아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과 위대한 청춘들을 응원하기 위해 ‘젊은 그대’(김수철 곡)를 다함께 부르면서 막을 내립니다.”
든든한 지원군이 함께 한다. 정상의 성악가 3명이 ‘위대한 청춘 70년’에서 목소리를 뽐낸다. 소프라노 송난영, 테너 지명훈, 바리톤 석상근이 김기웅이 지휘하는 리움챔버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한 감독은 세대의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는 음악회라는 점을 적극 어필했다. “특히 올해는 휴전 70주년이기 때문에, 지난 70년간 어른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에 대한 존경과 찬사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라며 “일종의 패밀리 콘서트이기 때문에 2세와 3세가 함께 보는 공연으로 안성맞춤이다”고 강조했다. “마침 오랜만에 온가족이 만나는 설 명절을 지내고 맞이하는 토요일에 열리기 때문에 부모님과 할아버지·할머니께 최고의 선물이 될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령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솔직히 젊은 세대들은 노인들을 ‘나 때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라떼 세대’ 쯤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부모세대나 그 이전 세대들이 걸어온 시대를 살펴보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이해의 폭은 훨씬 넓어질 것입니다. 상대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모를 때 오해가 생기기 쉽거든요. 50·60·70세대가 치열하게 이 나라를 이끌고 밀어왔기 때문에 우리가 그 혜택을 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어른들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
모든 관객이 100% 만족할 수는 없는 법. 일부는 불만도 있다. “음악회가 음악회다워야 하는데 너무 영상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라며 문제를 제기한다. 이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노’라고 말했다.
“그동안 가곡음악회는 한 사람씩 나와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었습니다. 오로지 노래만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그런 방식이 좋지만, 저희와 같은 시각·청각이 어우러진 스타일을 원하는 가곡 팬들도 상당히 많아요. 우선 지루하지 않으니까요. 모든 공연의 본질은 재미와 감동에 있습니다. 음악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미와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 ‘위대한 청춘 70년’은 작년과 재작년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굿모닝 가곡’ ‘연애의 정석’ 등과 맥을 같이하는 콘서트다. 이미 그런 공연을 통해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알게 됐고, 그 결과물로 ‘위대한 청춘 70년’이 나왔다. 또한 융복합 콘텐츠가 대세 아닌가. 많은 청중들이 일방적인 콘텐츠가 아닌 ‘소통하는 콘텐츠’를 원한다. 영상스토리 콘서트는 그동안 가곡분야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퓨전이다. 앞으로 다양한 스토리를 담은 가곡 콘서트가 계속 개발될 예정이다.
“대단했습니다. 특히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위대한 청춘 70년’ 공연은 평일 오전 11시인데도 만석이었죠. 다양한 의견이 많았지만 이산가족 상봉 영상과 박정희 대통령이 파독간호사를 방문했을 당시의 영상을 보고 많이들 울었습니다. 그리고 금모으기 운동 역시 많은 분들이 감동한 장면입니다. 어느 것 하나 뺄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역사적 흐름이거든요. 어떤 분은 이런 공연이 전국팔도에서 두루 열려 실버세대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줘야 하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기성세대를 이해하는 창구가 되면 좋겠다는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
이런 희망사항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위대한 청춘 70년’이 한문연(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선정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에 뽑혀 전국적인 공연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한 감독은 “벌써부터 많은 문예회관들이 관심을 갖고 연락해오고 있다”라며 “2023년은 분명 위대한 청춘들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한다”며 활짝 웃었다.
한 감독은 실버세대에 관심이 많다. 현재 월간리뷰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자신이 직접 창업한 라온뮤직 대표도 맡고 있다. 어르신들이 노후에 무엇을 해야 더 행복할까 늘 연구하고 고민하던 끝에 노인들을 위한 음악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본인들이 평생 즐겨왔던 노래들을 음악적으로 이해하고 악기도 조금씩 연주하면서 여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안내해주기 위해 실버를 위한 매일 공부식 음악교재도 발간했다. 또 이런 일을 본격화하기 위해 청년사관학교에서 공부도 했다.
“무엇보다 제가 플루트를 전공한데다 음악교육을 석사과정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음악교육과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었죠. 지금도 이 일을 병행하는데 ‘위대한 청춘 70년’과 같은 공연 역시 이런 교육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일보다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동안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공부해왔는데 ‘위대한 청춘 70년’ 공연기획과 음악감독의 일로 모두 귀착되는 것 같아 앞으로 이 일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저와 저희들의 행보를 응원해주시려면 ‘위대한 청춘 70년’ 먼저 꼭 보셔야합니다.”
◇ “미니스커트 단속 기준은 무릎에서 몇 센티미터?” 기습퀴즈 이벤트도
<에필로그>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서로 손을 맞잡고 협력해야 성과가 생긴다. 월간리뷰을 이끌고 있는 김종섭 대표는 ‘위대한 청춘 70년’을 띄우기 위해 묘안을 짜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습퀴즈를 올려 선착순으로 무료티켓을 주거나 50% 할인혜택을 제공한 것. 한숙현 음악감독을 응원하고 흥행도 성공하는 콘서트를 만들기 위한 아이이디어다. 그 첫 번째 문제를 풀어보자. “당시 미니스커트 단속 기준은 무릎에서 몇 센티미터 이상이었을까요?”
이뿐만이 아니다. ‘위대한 청춘 70년’에 걸맞게 ‘위대한 광고’를 실었다. 이동인구가 가장 많은 전철역 스크린도어에 광고를 게재했다. 신도림역, 사당역, 교대역, 을지로입구역, 을지로3가역 등에 설치된 광고판을 찍어 카톡으로 전송하면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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