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남탓' 공방
2월 민생현안 산적해있지만..."지금으로선 협치 불가" 우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양당 원내지도부 간 오찬 회동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양당 원내지도부 간 오찬 회동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2월 임시국회 시작부터 대치정국을 이어가던 여야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 번 더 맞붙었다. 급랭한 정국의 타개책과 협치 가능성이 더욱 희미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틀에 이어 진행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판과 함께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주장하면서 대여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였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방탄 프레임을 부각하며 맞불을 놨다.

연설에 대한 혹평도 이어졌다. 여야 원내대표는 서로의 연설에 대해 ‘남 탓’, ‘내로남불’이라며 반발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을 무한 책임지고 있는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시종일관 남 탓과 무대책으로 일관한 건 아쉽다"면서 "현재 국민의 삶이 어떤 상황인지, 거기에 따라 집권 여당과 정부는 무엇을 할지 대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함에도 그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집권 여당으로 정부와 대통령의 무능과 실정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서 야당을 비판하고 공격하다 보니 대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데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주 원내대표의 연설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에 유체이탈이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위기를 자초해놓고 위기를 빌미로 폭주하고 있다"면서 "집권 여당의 비전과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고, 위기의 책임을 전 정부와 야당에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 정치 불신을 야기하고 있는 건 누구냐"며 "제1야당 대표를 소환하며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정권은 어떤 정권이냐"고 쏘아 붙였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전날 박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시작부터 끝까지 남 탓만 했다"면서 “민주주의 훼손은 사실 민주당이 집권시절 훨씬 많이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이든 여당이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없는 정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침을 놨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남 탓으로 시작해 남 탓으로 끝났다"며 "이 대표의 '방탄'을 위해 사당화하고, 방탄 특검 등 정쟁거리 발굴에 혈안인 것은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윤석열 리더십을 '검찰 독재'라며 비난한 것만 보더라도 파란 색안경을 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제라도 이 대표 방탄을 중단하고 대한민국의 희망과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해 주길 촉구한다"고 가세했다.

서로 때리기에 여념 없는 여야의 모습에 민생 현안이 산적해있는 2월 임시국회에서 협치는 험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지금으로선 협치 불가”라며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로 민생 현안을 미루고 있고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검찰 수사에 대응해야하는 상황에 시선을 밖으로 돌리면서 계속 충돌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미 정국이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어서 지난해 입법 실적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법을 따지자면 없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할 뿐”이라며 “결국 다수의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민생 관련 입법들을 진척시킬 수 없기 때문에 영수회담 등 야권과의 대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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