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전세가 동반하락…주택경기 둔화·디레버리징 심화 전망
“부진 심화땐 금융시스템도 불안...한계부문 조기 정리해야”

여의도에서 본 서울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김하수 기자
여의도에서 본 서울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김하수 기자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높은 금리와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 심리 등이 주택가격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3년 3월)에 실린 '최근 부동산 부문 관련 리스크 평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주택매매 및 전세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주택매매 거래량은 50만9000여건으로 200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거래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주택매매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대출금리 상승 및 주택가격에 대한 고평가 인식 확산으로 매수우위지수가 2000년 12월(15.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는 등 매수수요가 빠르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심리지표에서도 경제주체들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빠르게 약화되는 모습이다. 1월 들어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완화 조치 등으로 주택가격 하락세가 둔화되고, 2월 주택가격전망 CSI도 71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기준치(100) 및 2022년 이전 최저치(83)를 큰 폭으로 하회하고 있다.

전세가격 또한 고금리 기조, 월세 전환 수요와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거래량이 감소하며 하락하고 있다. 보통 주택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대체 관계에 있어 가격이 상반된 흐름을 보여 왔지만, 최근에는 이자부담에 따른 전세수요 위축으로 주택매매가격 및 전세가격이 동반하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한은은 “이러한 주택시장의 부진이 앞으로도 높은 대출금리, 매매-전세가격의 연쇄하락 등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다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는 매수심리의 급격한 위축을 막아 주택가격 하락속도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양 시장의 경우 사업 초기 사업장은 고금리 부담, 공사원가 상승, 금융기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취급 기피 등으로 일부 지연과 중단이 불가피하고, 완공 전 사업장도 미분양 재고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중소 건설사의 고정 이하 여신 비율, 상장 종합 건설사 주가에 내재된 예상 부도 확률이 상승해 건설사의 재무 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부동산 관련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많은 일부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은 부동산 PF 관련 고위험 익스포저와 아파트 외 사업장 대출 비중이 크고, 차입 의존도와 연계성도 높아 고위험 PF 사업장 부실이 현실화하면 신용 리스크가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부동산PF 부실화, 취약차주 증가 등 부동산 금융 관련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택시장 부진으로 인한 시장불안이 여타 부문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완만한 부채 축소(디레버리징) 등을 통해 누적된 금융불균형 위험을 완화해 나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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