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용산 대통령실 규탄 집회 열어…"법 개정 않은채 꼼수 강행"
'국민연금 서울 이전설'도 '논란'…"산은 이전 추진 배후는 윤핵관"
감사원 청구, 여당집회 외 수위 높일 듯…직원들, 불만·피로 호소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본점 부산 이전 추진은 '법치주의의 훼손'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지난 1월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연 지 두달여만에 정부·여당을 향해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별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8일 부산을 찾아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은 정부, 금융당국의 의지다"라고 힘을 실었다. 산업은행을 둘러싼 노사정 갈등이 답을 찾지 못한채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10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노조가 대통령실 앞에서 연 집회엔 전국에서 450여명의 직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집회가 예고됐던 오후 3시 전부터 모여들었다. 김현준 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하지 않은 채로 꼼수 부산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법에 본점 소재지가 정해져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막무가내 본점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윤 대통령이 표방하는 법치주의의 모습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은 법 개정 사항이므로 국회에서 결정돼야 한다면서 법 개정 사항인 산은 부산 이전은 왜 국회를 패싱하고 강제로 밀어붙이는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설은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이전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와 함께 시작됐다. 대통령실, 국민연금은 이를 부인했지만, 논란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맞물려 당분간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를 서울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고민해봤을지 의문이다"며 "산업은행은 다른 공공기관과는 다른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이기에 고객, 시장과 함께 위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강행하고 있는 배후로 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 세력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그들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대통령에게 달라붙어 눈과 귀를 막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윤핵관은 국가 금융경제를 책임지는 산업은행을 마치 본인의 소유물인 것처럼 이리저리 옮기는 월권행위를 일삼고 있다"라고 직격했다.
집회엔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김형선 수석부위원장 등도 참석해 발언을 이어갔다. 노조는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해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질의는 4가지로 △산업은행의 역할·기능을 고려할 때 부산 이전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국책은행 지방이전에 대한 입장이 달라진 이유 △2005년 1차 공공이전과 달리 부산으로 이전해야 하는 이유 △직원, 고객, 기업, 국회 등이 반대하고 있는데 무리하게 이전을 추진하는 이유 등이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 1월 감사원 감사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다만 현재는 감사원의 감사 결정이 다소 미뤄진 상태로, 노조 측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는 같은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도 집회를 이어간 바 있으며 2월엔 금융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또 이달 초에는 서울시의회와 함께 정책토론회를 열며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정책토론회엔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도 참석해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지 정치금융기관이 아니다"라며 현 정부의 이전 추진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노조의 강경한 대응과는 별개로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부산 이전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본점 이전 논란과 관련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과 노조와의 대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8일 부산을 방문해 "부산이 해양금융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정부·금융당국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강한 의지와 이해가 있다"라고 했다.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일반직원들은 피로를 호소하는 모습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본점) 부산 이전 추진계획 발표 이후 이직이 더 늘어나고 있다. 100명도 더 넘을 것이다"라며 "이직을 안한 직원들도 다른 금융사의 (채용) 공고가 발표되면 이를 공유하거나 이직을 준비하는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산 이전의 목적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지방으로 이전한 국민연금을 보고도 어떻게 이런 계획을 추진할 수 있나"라며 "산업은행의 이전은 결국 다른 기업들의 부진과 정책금융의 실패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