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시장 과열, 가격 적정 범위 넘어섰다"
카카오 공개매수 지속...증권가 "패자 없다" 평가
하이브 에스엠 보유 지분 처리방법에 관심 필요

SM엔터테인먼트. 사진=연합뉴스
SM엔터테인먼트.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경영권 분쟁으로 크게 올랐던 에스엠의 주가가 하이브의 인수 절차 중단 소식에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에스엠 주가가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에스엠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약 22% 하락했다. 반면, 하이브와 카카오는 각각 3%, 4% 이상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에스엠 주가가 급락한 배경은 한달여간 이어왔던 경영권 분쟁이 종료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지난 12일 에스엠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와의 경쟁 구도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임에 따라 자사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이브는 "현 상황에서 에스엠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며 "대항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까지 에스엠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하이브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카카오도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고려해 하이브와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인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에스엠의 자율·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카카오는 이번 협의에 따라 예정대로 이달 26일까지 에스엠 주식 35%의 공개매수를 이어가며, 공매매수가 완료되면 카카오의 에스엠 지분율은 39.91%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합의로 카카오와 하이브 양측 모두 어느정도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는 매력적인 가격에 에스엠을 인수했고, 하이브는 큰 자금 지출없이 카카오와의 플랫폼 협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경영권 프리미엄만 고려해도 매력적인 가격에 에스엠을 인수하게 됐다고 판단한다"며 "하이브가 얻게 될 이익은 에스엠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협업 방안이 구체화되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에스엠 주주 입장에서는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인수전 종료에 따른 재료 소멸과 공개매수에 예상보다 많은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카카오는 35% 지분을 공개매수하기 때문에 초과 물량이 생길 경우 주주들은 공개매수에 응했어도 모든 주식을 매도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하이브와 카카오 등을 제외한 에스엠의 유통 물량은 약 70% 수준이다. 

아울러 하이브(보유 지분 15.78%)가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경쟁률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를 진행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 따라 6개월 동안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이 불가능하지만, 장내거래나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은 가능하다.

김하정 연구원은 "에스엠 주주는 짧은 시간 동안 수급이 집중된 점과, 향후 에스엠이 가파른 실적 성장이 달성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간 높은 변동성을 겪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또 에스엠 주가는 카카오의 공개매수 종료와 함께 한 차례 더 조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공개매수가 종료되면 카카오 공개매수가에 포함된 2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조정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공개매수라는 일종의 지지선이 남아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경영권 분쟁 재료 소멸에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양측에서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이브에서 보유한 에스엠 지분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에스엠의 주가는 지난달 초 9만원대에서 경영권 인수 경쟁이 본격화하며 이달 8일 장중 16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스엠의 주가 컨센서스는 12만4000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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