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인베스먼트 매각 등 선제적 구조조정 효과
과제는 유동성 위기 해결과 신성장 동력 발굴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 사진=다올투자증권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유동성 우려에 고강도 긴축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다올투자증권이 대표이사를 변경하며 분위기 반전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증권업계 잔뼈가 굵은 황준호 다올저축은행 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한 만큼 조기에 위기를 수습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다올투자증권은 오는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황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기존 이창근 다올투자증권 대표는 등기이사 부회장으로 물러난다.

황 사장은 증권업계에서 36년의 경력을 쌓은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서울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국제경영학(석사), 와튼스쿨 MBA(경영대학원)를 졸업했다. 이후 2004년 대우증권 상무보를 시작으로 우리증권 및 LG증권 합병추진위원회 사무국장,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전무 등을 역임했다.

또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 및 대우증권 부사장과 KTB투자증권 그룹전략부문 대표를 지냈고, 지난해부터 다올저축은행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이번에 다올투자증권 대표가 된다면 1년만에 보직을 한 번 더 바꾸는 셈이다.

다올투자증권이 대표를 교체하는 배경은 현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촉발된 레고랜드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태로 유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고, 증권 업황 역시 금리 인상 등 영향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다행히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다른 증권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70억원, 938억원으로 전년 대비 27.58%, 46.75% 감소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다른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영업이익이 90% 이상 급감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4분기 25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업황 또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말부터 선제적인 긴축 경영에 나섰다. 업황 불황을 극복할 체력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 고정비를 줄였다. 영업을 제외한 경영 관련 직무에서는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는 한편, 자산매각을 진행해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우리금융에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각했다. 매각한 다올인베스트먼트 지분은 52%로, 다올투자증권은 이를 통해 2125억원을 확보했다.

아울러 다올신용정보를 130억원에 매각했고, 태국법인인 다올타일랜드도 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를 합리적인 가격에 매각하면서 유동성을 충분하게 확보한 만큼, 다른 자산 매각은 여유를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자산매각은 불투명한 금융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룹의 안정적 성장을 지속해 나가기 위한 결정이다"라며 "이를 통해 유동성 자금이 확보되면서 재무적 안정성이 크게 향상되고, 시장의 신뢰 또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다올투자증권의 이같은 시도들이 선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구조조정을 발빠르게 진행했고, 자산매각도 유동성 위기가 더 심화된다면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만 다올투자증권 경영진이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증권업황이 회복되면 좋겠지만, 상황이 악화된다면 다올투자증권의 판단들이 더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취임 후 유동성 위기 해결과 새 먹거리 발굴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우선적으로 다올투자증권의 유동성 우려를 종식시키고, 긴축으로 감소한 내부 인력의 정비·개편도 진행해야 한다. 다올투자증권의 장기 성장을 위한 대계를 구상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업계에서는 황 사장이 그룹전략부문 및 저축은행 대표를 지내며 그룹 내 이해도가 높은 점과 합병 업무와 CFO(최고재무관리자), 마케팅전략 등 다양한 경력을 보유한 점이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 사장은 다올저축은행 초대 대표 시절 내부개편 작업을 완료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증권업황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고, 특히 IB(기업금융) 신규딜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며 "이같은 상황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CEO가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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