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유출 우려...지난달 3.50% 동결 한국은행 인상 압박 커질듯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23일(한국시간)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또 인상해 4.75~5.00%가 됐다. 이로써 한미 금리는 1.50%P차로 더 벌어져 ‘역대 최대’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기 때문에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애초 ‘빅스텝’(한꺼번에 금리를 0.50%P 올리는 것)을 밟을 것으로 전망 됐으나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파산 사태로 금융 불안이 계속되자, ‘베이비스텝’(한꺼번에 금리를 0.25%P 올리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로써 연준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다시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는 지출과 생산에서 완만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는 최근 몇 달간 증가했으며 견조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높은 상태다”라며 이같은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 40년 내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목표로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7월, 9월, 11월에는 4차례 연속 파격적인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금리를 0.75%P 올리는 것)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후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자 인상 폭을 지난해 12월 0.50%P, 올 2월 0.25%P로 줄이면서 속도 조절을 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느려지고 고용 호조 등의 지표가 나오면서 한때 연준이 이번에 다시 인상폭을 높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하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위기설이 나오면서 상황이 변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금융 불안의 이유로 거론되면서 일각에서는 금리 동결 내지 인하 필요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연준의 이날 베이비스텝은 인플레이션 잡기와 금융 안정이란 두 목표를 절충한 성격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도 0.25%P 인상 전망이 가장 많았다.
연준의 베이비스텝으로 한국과의 기준금리 차는 기존 1.25%P에서 1.5%P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한미간 금리는 2000년 5~10월(1.50%P)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을 기록하게 됐으며 자본 유출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한국은행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