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기준금리 0.25%p 인상…파월 "연내 금리 인하 無"
한미 금리차 1.50%p '역대 최대'…4월 11일 "금통위 주목"
4%대 물가, 무역적자 확대, 연준 속도 조절…"유지에 무게"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다음달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결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간 금리 차가 확대되면서 금통위도 인상하는게 아니냐는 전망에서다.
그러나 이창용 총재는 줄곧 금리 차에 대한 기계적인 대응보다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또 최근에는 금리 인상 여파로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어 이미 시장에선 '동결 관측'이 우세하다.
FOMC 이후 벌어진 금리 차보다 다음 금통위 전까지 발표될 물가, 경기지표가 금리 결정의 변수라는 이야기다.
23일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상단기준)로 0.25%포인트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이후 1년간 계속됐던 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기준금리 차는 1.50%포인트로 커졌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제롬 파월 의장이 FOMC 직후 "올해 인하는 없다"라고 못박으면서 차이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금통위의 금리 인상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한미간 금리차가 커지면 자금의 해외유출에 속도가 붙고 원화의 평가절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달 초 파월 의장이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발언했는데, 달러당 원화 값이 이에 놀라며 한때 1320원을 웃돌기도 했다.
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쪽에선 1.50%포인트로 금리 차가 벌어지면, 환율이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승세는 관측되지 않는 모양새다. 23일 환율은 29.40원(2.25%) 내린 1278.30원에 장을 마쳤다. 이틀째 하락장으로 이달에만 37원 가량 떨어졌다.
이창용 총재는 환율에 대해 지난달 "1300원이든, 1400원이든 특정수준을 목표로 하는 것보다 미국의 정책, 통계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시장에서 '금리 동결 관측'이 힘을 받는 이유는 물가다. 지난달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4.8% 상승했다.
10개월 만에 5%대에서 4%대로 하향 안정된 흐름인데, 축산물, 석유류의 하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만약 3월 소비자물가가 4%대에서 머문다면 금리 동결을 예상해볼 수 있다. 추세적인 안정세가 시작됐다는 분석에서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달 물가에 대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염두해 둔 물가경로 전망이 있다"라며 "3월부터 기저효과 등을 반영해 4%대로 안정되고, 올해 말엔 3%대 초반으로 내려가는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동결 전망의 또 다른 근거는 금리 인상으로 부작용이 국내외에서 관측됐다는 점이다. 우선 국내 경제의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63억2300만달러 적자로, 전년 동월(20억4700만달러)에 비해 3배 이상 불어났다. 연간 기준(1~3월)으로도 작년(65억2400만달러)보다 3.6배 커진 241억300만달러를 기록했다.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투자·소비가 둔화되면서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총재가 물가를 우선순위로 두겠다고 계속 강조했지만,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에서 동결 가능성은 여전하다
해외에선 미국 은행의 파산·유동성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동결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이 대표적이다. SVB는 1983년 설립 이후 스타트업을 주요 고객으로 성장해온 은행으로 수신자금을 장기채권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연준의 긴축으로 금리가 계속 상승하자 보유채권에 손실이 나기 시작했고,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며 예금 이탈이 계속됐던 터다.
SVB는 뱅크런을 막기 위해 채권을 팔고 증자와 투자 유치 계획을 발표했으나 결국 파산했다. 시장에선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을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에 그친 것도 SVB사태가 배경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SVB 파산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과 스위스 정책 당국이 빠르게 대응하면서 금융불안 우려가 진정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서 국내 가계·기업들의 연체율이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신용·유동성 리스크가 증대될 수 있다고 한국은행은 우려하고 있다.
SVB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경제주체의 부담을 우선순위로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로도 해석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