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협의체 '한국투자 ST 프렌드' 결성
은행권 협력...고객 확보 등 시너지 창출 기대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증권사 ST(토큰증권) 경쟁에서 후발 주자로 평가받던 한국투자증권이 단숨에 선두권으로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발행 인프라 구축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토큰증권 협의체인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결성했다.
이번 협의체는 금융기관이 중심이 된 첫 사례다. 한국투자증권의 주도 하에서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토큰증권을 기록할 분산원장 금융기관 시범 운영 파트너로 참여하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분산원장 구축을 위한 기술 파트너로 합류한다.
한국투자증권은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 인프라 구축을 우선적인 목표로 선정하고, 올해 내로 발행 분산원장 인프라를 구축 및 안정성 및 보안성 테스트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본격적인 토큰증권 상품 공급을 위해 조각투자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 인프라 구축이 토큰증권 생태계 구성의 첫 걸음이다"라며 "카카오뱅크·토스뱅크·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시너지를 극대화 해 토큰증권 활성화 및 양질의 상품 제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증권사들의 토큰증권 협의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신한투자증권이 'STO 얼라이언스'를 구축했고, NH투자증권 역시 'STO 비전그룹'을 발표했다. 이달에는 KB증권이 'ST 오너스'를 구성했다.
증권사들은 협의체를 통해 토큰증권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조각투자 업체들을 협의체 구성원으로 다수 포섭하며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상품 확보에 주력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NH투자증권 협의체에는 투게더아트(미술품), 트레저러(명품·수집품), 그리너리(ESG탄소배출권) 등이 참여했다. KB증권도 협의체 구성원으로 스탁키퍼(한우), 서울옥션블루(미술품), 펀더풀(공연, 전시) 등을 포함시켰다. 물론 NH투자증권과 KB증권 협의체에도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이 참여했다.
증권사들이 조각투자 업체를 확보하는데 집중하는 이유는 아직 토큰증권과 관련한 규제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토큰증권의 발행·유통에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향후 경쟁력 핵심이 조각투자 업체를 확보하는 것에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조각투자 업체를 제외하고 발행 인프라 구축에 무게를 실었다. 투자자 보호와 시스템 안정성을 구축해 우선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조각투자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한 업계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우선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의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플랫폼 협력을 통해 한국투자증권이 두 은행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발행 인프라 구축을 위해 선제적으로 나섰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와 협력을 통해 토큰증권 주요 고객으로 예상되는 MZ세대 확보에 경쟁력을 갖게 됐다"며 "조각투자 업체들은 모든 증권사를 고객으로 둘 수 있기 때문에 급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토큰증권 규제가 논의 중이고 현실적으로 빠른 시간내에 시장 활성화가 어렵다는 점에서 특별한 시도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토큰증권 규제가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선제적인 인프라 구축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권과 협력한 점은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증권사들과 경쟁에서 앞서나간다고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향후 토큰증권 규제가 구체화되는 시점까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