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전망 우세
민주당, 방송법‧의료법 등 줄줄이 직회부…대통령, 매번 거부권 쓸까

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회 본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여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하고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경고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존중한다”며 "숙고 후 결정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를 수용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이르면 다음달 4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 의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늘어나거나 쌀 가격이 5~8% 넘게 떨어질 때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전량 구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민주당은 주곡인 쌀의 안정적 생산과 생산농가 소득 보장을 위해 이 개정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기고 국가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해 왔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상임위에서 개정안을 사실상 단독으로 처리한 데 이어, 같은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던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법사위원장인 김도읍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인 만큼 심사가 지체될 것으로 보이자 법사위 심사를 건너 뛴 직회부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어 민주당은 개정안을 지난 23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양곡관리법 개정안만이 아니다. 방송법‧의료법 개정안‧간호법 제정안 등도 민주당 주도로 직회부돼 있다. 민주당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도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도 30일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향후 야당의 직회부에 여당이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서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지난 23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공공비축벼 보관창고에서 관계자들이 온도 습도 등 벼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지난 23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한 공공비축벼 보관창고에서 관계자들이 온도 습도 등 벼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상황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도 갈리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격적 포퓰리즘 매표 행위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같은날 “거대 야당이 직회부라는 꼼수를 통해 포퓰리즘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의회 민주주의 파괴로 피해보는 것은 매년 수십조원의 세금 청구서를 받게 될 국민”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의 명분 없는 (대통령) 거부권 검토는 국회 입법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들은 적법한 절차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을 거부하는 일을, 국회의 입법 권한과 삼권분립에 대한 대통령의 무시와 전횡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툭하면 거부권 타령하다가 국민에게 거부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대통령 거부권이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에 대해 정부가 이의가 있을 때 행사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한이다. 주로 여소야대 상황에서 행사 빈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 현행 대통령제 하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였던 13대 국회에서 7차례 거부권을 썼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여소야대였던 16‧17대 국회에서 6차례 거부권을 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 번도 쓰지 않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1건, 박근혜 전 대통령은 2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가 다시 통과시키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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