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해외에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심사가 모두 끝났다. 경쟁국 모두가 찬성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만 승인을 꾸물대고 있다.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기업결합 승인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영국,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에 이어 지난달 31일 유럽연합(EU)까지 모든 해외 경쟁 당국으로부터의 승인이 떨어졌다.
남은 국가는 한국의 공정위다. 이는 당초 예상과 다른 상황이다. 통상 자국 공정위는 찬성 내지 조건부 승인을 하는 등 다른 경쟁 당국보다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해 기업의 경영 판단을 돕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대한항공과 아시나아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가장 빠르게 조건부 승인을 내리며 해외 당국 승인에 힘을 실어준 공정위다.
공정위는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전날 이례적으로 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의 쟁점에 대해 ‘함정 시장에서의 기업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이라고 설명했다.
발사대와 레이더 등 함정에 들어가는 각종 전자 장비를 만드는 한화와 갖가지 부품으로 함정을 만드는 대우조선해양이 결합하면 함정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기업이 탄생해 이에 따른 경쟁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경쟁사들 역시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방산 업계에서는 방산 수요자가 정부로 한정되기 때문에 차별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군수품 생산이나 판매는 방위사업법을 통해 진행된다”면서 “특정 업체에만 업무가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입찰은 방위사업법에 따라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진행된다. 제품 가격도 한화가 독자적으로 정할 수 없다. 방위사업법이 정한 방산원가 제도를 따라야 한다. 다만 방위산업에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공정위의 판단에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한화는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는 점을 들어 설득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점이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받아들여지면 ‘조건 없는 승인’이 이뤄질 수도 있어 보인다.
한화는 지난해 12월19일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심사기한은 120일이다. 자료 보완기간은 심사기한에서 제외된다. 현재 자료 보완이 이뤄지고 있어 심사기한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화 측은 “한국 조선산업의 세계 시장 수주 불이익과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국가 경제상황 악화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방위산업 관련 대우조선의 사업적 특수성과 국가 방위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측은 “국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