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에 노트르담 대성당 최연소 오르가니스트 발탁
바그너·생상스·비도르 등으로 ‘2017년 감동’ 앙코르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대표적인 ‘성당’하면 떠오르는 곳이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1985년 23세라는 어린 나이에 누구나 선망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최연소 오르가니스트로 깜짝 발탁된 올리비에 라트리는 3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프랑스가 자랑하는 오르간 거장으로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오르간 시리즈로 롯데콘서트홀을 찾았던 올리비에 라트리는 바흐와 멘델스존의 독일 음악부터 포레와 생상스의 프랑스 음악까지 배치해 한국 팬들을 만났다. 오르간의 기본 음악뿐만 아니라 풍부하면서도 화려한 색채감 넘치는 연주를 선보여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공연을 관람했던 음악칼럼니스트 황장원은 한 기고에서 “기존의 오르간 시리즈에서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들이 같은 오르간으로 멋진 연주를 들려주었지만, 현존하는 가장 탁월한 오르가니스트로 꼽히는 라트리의 연주는 차원이 달랐다”며 미쉐린 스리스타 레스토랑의 셰프가 차려보인 성찬에 비유해 극찬했다.
그는 “이 날의 메인 디시는 마르셀 뒤프레의 ‘프렐류드와 푸가’였는데, 가장 정통적인 형식과 프랑스적인 색채감의 결합을 통해 오르간 음악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장엄미와 숭고미의 극치를 맛보게 해주었다”며 “이 공연은 2017년 최고의 공연 가운데 하나로 기억된다”고 평했다.
이번 5월 16일(화) 오후 7시30분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서 라트리는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중 1막 서곡을 비롯해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발췌곡(이신영 편곡), 프랑크 ‘오르간을 위한 영웅적 소품’, 비도르 ‘오르간 교향곡 5번 바단조’ 등 독일부터 프랑스에 이르는 다채로운 시대의 오르간 음악을 들려준다.
여느 악기와 달리 오르간의 가장 차별적인 요소는 바로 즉흥연주다. 오르가니스트들은 준비된 레퍼토리 외에도 특정 주제 및 선율을 기본으로 삼아 다양한 스탑을 결합해 무궁무진한 음색을 빚어내고, 예측할 수 없는 무한한 음악의 가능성을 확장해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이러한 즉흥연주는 다양한 음악적 배경, 화성, 양 손과 양 발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기민함과 뛰어난 연주력 등 여러 가지 종합적인 음악적 역량이 갖춰져야만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는 고난이도의 연주형태다.
세계 최고의 오르가니스트라는 명성에 걸맞게 라트리 역시 빼어난 즉흥연주로 정평이 나 있다. 2017년 내한 당시 그는 사전에 로비에서 관객들이 메모지에 적어낸 멜로디 중 ‘애국가’와 ‘카카오톡 알림’을 즉석에서 골라 다양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변주를 선보였다. 연주 중 관객이 애국가를 부를 수 있도록 유도해 관객들이 함께 애국가를 부르는 잊지 못할 진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한 차원 높은 오르간 연주의 풍부한 성찬과 흥미로우면서도 경탄을 금할 수 없는 수준 높은 즉흥연주 실력을 보여준 라트리의 공연은 경이로운 순간으로 기록됐다.
‘2023 오르간시리즈’ 첫 번째 무대로 열리는 올리비에 라트리 리사이틀 티켓가격은 R석 6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