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이상징후 없어...잠재위험요인 조기 파악해 선제대응”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제공=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보험·증권·여신전문금융회사·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부동산 PF대출 부실은 지난해 촉발한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글로벌 ‘뱅크데믹(은행 연쇄 파산 공포)’까지 맞물리면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제2금융권의 PF대출 잔액과 연체율이 급증했다. 특히 건설업계에서는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폐업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고, 상황이 더 안 좋은 지방의 경우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 건설사들이 크게 늘었다.

이처럼 금융시장의 부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서면서 정부 및 금융당국은 진화에 나섰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 만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PF시장은 밀착 모니터링 중이고 이상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고 부동산 PF 등의 잠재위험요인을 조기에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뒤숭숭한 제 2금융권...저축은행 1조 PF 결손 루머까지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에서 1조원대의 PF 손실이 발생했다는 허위사실이 퍼졌고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금융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문자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된 이 메시지에는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이 1조원대 PF 결손으로 지급정지 예정이고 모든 잔액을 인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며 허위사실 유포자와 접촉했더니 해당 내용에 대해 횡설수설하는 등 사실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해 해당 저축은행에서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건전성 비율은 매우 양호한 수준이며 유동성 비율도 저축은행 감독규정에 정한 규제 비율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OK·웰컴저축은행의 PF 손실 루머는 허위사실 유포라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불안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 ‘불안감 증폭’ 부동산 PF 대출이 뭐길래

PF대출은 돈을 빌려줄 때 자금조달의 기초를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담보에 두지 않고 프로젝트 자체의 경제성에 두는 금융기법이다. 특정 프로젝트의 사업성(수익성)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얻어지는 수익금으로 자금을 되돌려 받는 방식인데, 주로 사회 경제적 재산성을 가지고 있는 부동산개발 관련 사업에서 이뤄진다.

사업자 대출 중 부동산 개발을 전제로 한 일체의 토지매입 자금 대출, 형식상 수분양자 중도금대출이나 사실상 부동산개발 관련 기성고대출, 부동산개발 관련 시공사에 대한 대출(어음할인 포함) 중 사업부지 매입 및 해당 사업부지 개발에 소요되는 대출(운전자금 및 대환자금대출 제외) 등이 있다.

건설업계에선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폐업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전국에서 건설사(종합건설사 및 전문건설사 포함) 총 1026곳이 폐업 신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877곳 대비 17% 늘어난 수준이다. 본PF 전환 등이 어려운 상황에 미분양까지 증가해 자금 사정이 나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상황은 더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2023년 3월 금융안정상황’을 통해 지방 중소 건설사의 한계기업 비중이 지난 2021년 12.3%에서 지난해 16.7%까지 치솟은 것으로 추정했다. 한계기업은 통상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뜻한다.

시중의 한 저축은행/제공=연합뉴스
시중의 한 저축은행/제공=연합뉴스

◇ 제2금융권 연체율 급증 원인 ‘브릿지론’

최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권 PF대출 건전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은행·보험·증권·여신전문금융회사·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제외)의 PF 대출 잔액은 지난 2021년말 112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29조9000억원으로 15.4%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보험사가 44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 39조원, 여전사 26조8000억원, 저축은행 10조5000억원, 상호금융 4조8000억원, 증권 4조5000억원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말 기준 PF대출 연체율은 1.19%로 전년말 대비 0.82%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비은행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증권업계의 연체율은 전년 말 3.71%에서 지난 연말 10.38%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캐피탈 등 여신금융전문회사는 0.47%에서 2.20%, 저축은행은 1.22%에서 2.05%, 보험은 0.07%에서 0.60%로 상승했다. 한편, 은행은 0.03%에서 0.01%로 오히려 하락했다.

이같은 제2금융권 PF대출의 리스크 확대는 브릿지론에서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PF는 본 PF와 브리지론으로 나뉘는데, 브리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1금융권에서 본 PF를 받기 전 개발자금을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대출받는 것을 일컫는다.

즉 브릿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본 PF대출을 받기 전 토지비, 초기 사업비를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는 것이다. 시공이 결정되기 전 토지매입과 인·허가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공여하는 브리지론과 달리, 본PF는 시공이 결정된 후 자금을 공여해 둘 사이를 잇는다는 뜻에서 브리지론이라고 불린다. 특히, 제2금융권에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크다.

◇ 진화에 나선 정부·금융당국 “이상징후 없다”

금융시장에 PF대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정부 및 금융당국은 진화에 나서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와 만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거 급등했던 부동산 가격이 최근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정부의 규제·세제 정상화를 통한 연착륙이 진행 중이다”며 "최근 가계부채가 감소세로 전환하고 연체율도 안정적인 상황이고, 부동산 PF시장의 경우에도 관계당국 간 긴밀한 공조 아래 밀착 모니터링 중이고,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에서도 이상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고 부동산 PF 등의 잠재위험요인을 조기에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금융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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