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테슬라 기가팩토리. 사진=테슬라
미국 네바다주 테슬라 기가팩토리. 사진=테슬라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수혜를 입은 일본 배터리 제조사 파나소닉이 북미 공장 추가 건설에 나서면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기업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미국 오클라호마주와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보조금 지급 조건 등을 정하는 계약을 체결, 현지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현재 네바다주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40억달러를 투자해 캔자스주에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오클라호마주 공장 건설이 확정되면 파나소닉은 미국 내 3곳에서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게 된다.

파나소닉은 현재 연간 50GWh 수준인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8년도까지 3∼4배로 늘릴 계획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오클라호마주를 신규 공장 후보지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으며 이번 계약 내용에 투자 약속은 포함하지 않았다.

파나소닉은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에 배터리 생산량의 대부분을 공급해온 파트너사로 LG에너지솔루션과 테슬라 납품을 두고 경쟁해왔다.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 집계 기준 파나소닉의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7.1%로 4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14.9%로 2위를 지켰고 SK온과 삼성SDI가 각각 6.4%, 5.2%로 파나소닉에 이어 5·6위에 자리했다.

이번 오클라호마 공장에서 생산될 배터리는 미국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에 공급될 가능성이 있어 스텔란티스와 현지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한 삼성SDI와의 직접 경쟁도 예상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텔란티스와 파나소닉이 북미에 배터리 공장 설립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이번 파나소닉의 공장 건설 추진은 최근 미국이 IRA 세부지침을 통해 일본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한 가운데 이뤄져 주목을 받는다. 일본이 지난달 미국과 맺은 핵심광물협정 덕분에 FTA 체결국 대우를 받게 되면서 파나소닉은 한국 기업들과 같이 현지 보조금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업계에서는 테슬라향 제품에 치우친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의 공급망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위협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IRA 혜택을 업은 파나소닉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1일 보고서를 통해 “"IRA가 단기적으로 중국의 전기차 밸류체인 전반을 배제하게 될 경우 최우선 대안은 한국”이라며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파나소닉을 포함한 일본 회사들과 유럽 노스볼트 등 신규 기업들의 시장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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