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빗썸, 지난해 실적 하락…코인원·코빗·고팍스 적자전환
위험자산 투자심리 '냉각' 탓…비트코인 64%↓, 은행 수수료↓
코인마켓은 '잿빛'…"실명계좌 논의 자체 어려워…규제 손봐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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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를 못 벗어나고 있지만 은행-원화마켓의 '연합전선'은 끈끈해지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코인 가격이 회복에 접어 들었다는게 가장 큰 이유다. 다양한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원화 거래를 하지 못하는 코인 거래소 관계자들은 은행과의 실명계좌 발급 계약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은 작년 부진했다. 시총 1위 비트코인은 약 64% 급락했고,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도 반등하지 못했다.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얼어붙은게 주요 배경이다. 

국내 원화 거래소 5곳(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은 직격탄을 맞았다. 순이익은 전년도 2974억원의 2.5% 수준인 729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코인원 △코빗 △고팍스는 적자 전환했다.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는 업비트와 빗썸 순익도 각각 94%, 85% 깎였다.  

원화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준 은행의 수수료 수입도 반토막 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수료 수입은 전년(403억4000만원)에 비해 49.4% 감소한 204억2900만원이었다. 그러나 정작 은행 쪽에선 수수료 수입 급감에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작년 예대마진이 커지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을 차치하더라도, 애초에 가상자산 거래소 수수료 수입에 대해 큰 기대를 안했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이 거래소 실명계좌를 발급하기 시작한 데는 금융당국의 요청이 시발점이었다. 당국이 거래소의 자금세탁을 우려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한 거래소만 원화거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이다. 

은행에 따라선 실명계좌 발급으로 △고객 확보 △비금융 진출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비중이 적은 비금융 사업이고, 공적인 책임의 일환이라 시장이 부진 하더라도 타격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일부 관계자 사이에선 비트코인은 현재 2만9000달러를, 이더리움은 2000달러를 각각 웃돌고 있다는 점과 주요국의 긴축 기조가 사실상 종료됐다는 점을 들어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모 은행의 관계자는 "거래소 5곳의 순익이 적자전환하거나 급감했다고는 하나, 상대적으로 순익 수준만 놓고 본다면 타 업권의 기업과 맞먹는 수준이다"라며 "또 올해 코인가격은 지난해와 달리 우상향하고 있어 수수료 수입의 반등, 은행과 거래소의 협업을 더 기대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형 코인 거래소들은 은행-거래소의 '핑크빛 기류'에 못 끼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원화 거래소 5곳이 전부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형 거래소가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선 실명계좌 발급이 무조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코인마켓 관계자 사이에선 논의 자체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실명계좌 발급 계약이 어려운데, 최근 거래소 해킹, 상장 청탁, 납치·살인 사건 등 여러 악재가 터지면서 은행과의 (실명계좌) 논의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1거래소-1은행 규제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라며 "하나의 은행, 하나의 거래소가 실명계좌에 대해 논의하다가 자칫 틀어지면, 코인마켓의 입장에서는 쉽게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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