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사, 할인분양에 입주지원금까지…미분양 털기 안간힘
대형사, 호텔급 컨시어지서비스 등 입주민 주거만족 제고에 초점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부동산시장 한파로 청약 당첨 후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입주 시 현금을 지급하고, 계약자가 입주 시점 전까지만 계약 해지하면 계약금을 전액 환불해주는 ‘계약안심 보장제’를 내거는 등 아파트 입주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입주율은 73.6%로 전월(77.1%)보다 3.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7년 4월 이후 약 6년 만의 최저치다.
아파트 입주율은 해당 월에 입주를 마쳐야 할 아파트단지의 전체 세대에서 이미 입주했거나 잔금을 납부한 주택의 비중이다.
서울은 79.7%에서 76.2%로 입주율이 하락했고, 인천·경기권도 75.8%에서 72.3%로 떨어졌다. 5대 광역시는 60.6%에서 61.0%로, 기타 지역은 60.1%에서 63.9%로 입주율이 소폭 오르면서 전국 입주율은 64.6%로 집계됐다.
수분양자가 입주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사유로는 기존주택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점이 45.5%(전국 기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세입자 미확보(29.1%)’, ‘잔금대출 미확보(12.7%)’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불 꺼진 아파트’를 막기 위한 건설사들의 입주 마케팅이 치열해지고 있다. 입주율이 낮으면 분양 잔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자금 경색으로 경영난에 빠질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집들이를 시작한 대구 수성구 신매동 일원 ‘시지라온프라이빗’은 입주자를 대상으로 분양가 대비 10%인 최대 7000만원까지 입주지원금 지원을 내걸었다,
이 아파트는 라온건설이 시공한 후분양단지로, 라온건설은 입주지원금 혜택과 더불어 잔금 납부 유예, 중도금 무이자 등 금융혜택도 지원하고 있다.
아직 입주한 단지는 아니지만 미분양을 털기 위해 현금 3000만원 지급, 중도금 40%까지 무이자 대출 등의 파격적 혜택으로 완판에 성공한 단지도 있다.
서울 구로구 오류동 일원에서 분양 중인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청약당첨자들에게 3000만원 현금 지원,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무상 확장, 계약금 최대 5000만원 무이자 대출 등의 사실상 할인분양에 나섰다.
그럼에도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자 이 단지는 ‘계약안심 보장제’를 선보였다. 계약안심 보장제는 계약을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 계약 후 입주 시점 전까지만 계약 해지하면 계약금을 전액 환불 처리해주는 방식이다.
하자 접수 등 단순한 안내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주택 거래 중개를 알선, 대출 상담 등 적극적인 입주 촉진 마케팅에 나서는 건설사도 있다.
오는 5월 말 입주 예정인 대구시 북구 고성동 일원에 들어서는 ‘대구역 오페라 더블유(W)’는 최근 입주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입주촉진팀’을 배치했다. 총 120여명이 소속돼 있는 이 팀은 분양권 전매, 기존 주택 매도나 전월세, 대출 등 분양자가 빠른 시일 내 입주를 할 수 있도록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입주비 지원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중견‧중소건설사와 달리 대형건설사들은 입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거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교보문고의 전자책·문화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는 아이파크홈 애플리케이션과 HDC모바일 홈패드를 통해 교보문고의 전자책 도서관 플랫폼과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이용하게 하는 것으로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에 첫 적용된다.
현대건설은 컨시어지 서비스기업 돕다(DOPDA)와 업무 협약을 맺고, 대전 중구 선화동 일원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선화 더와이즈’ 입주민들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는 크게 음식물쓰레기 배출 대행 서비스, 펫(PET)케어 서비스, 키즈케어 서비스 등 ‘대면형 컨시어지 서비스’와 청소‧세차‧세탁은 물론 정리수납, 교육, 골프장 의전 등의 다양한 정보와 예약을 진행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로 나뉘며, 현대건설은 입주 후 1년간 컨시어지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DL이앤씨도 최근 입주 현장의 하자를 포착해 신속한 AS를 처리할 수 있는 모바일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대형건설사 홍보실 임원은 “지방에서 시작된 입주 리스크가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이 끝났어도 입주를 하지 않으면 잔금이 들어오지 않아 자금 유동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이같은 입주 마케팅 움직임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