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보험사기방지법...국회 계류 된 개정안 입법 시급

보험사기/제공=연합뉴스
보험사기/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보험사기가 조직화·전문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담 연령까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단속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달부터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이 보험사기 특별 단속에 나선다.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 경찰의 강도 높은 보험사기 단속도 반갑지만, 보험사기를 근본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하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의 입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사기방지법은 2016년 제정 이후 지난 7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현재 보험사기와 관련 총 16개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단 한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김선범 판사는 고수익 상품이 있다고 속여 고객들에게서 7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보험설계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피해자 9명에게 ‘원금의 10%에 해당하는 수익금을 지급하고 몇 달 뒤 원금까지 상환 가능한 보험 상품이 있다’고 속여 약 7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보험금을 대신 납입해주겠다고 속여 6000만원이 넘는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범행 당시 5억2000만원 상당의 채무를 지고 있던 A 씨는 가로챈 돈으로 빚을 갚으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보험영업 및 화장품 판매업을 하면서 알게 된 고객을 상대로 돈을 편취해 소위 '돌려막기'에 사용하거나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며 “총 편취금이 7억5000만원을 넘는 거액이고 피해 대부분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한 금감원은 진로변경 차량 등을 대상으로 고의사고를 유발하는 보험사기를 상시조사한 결과 혐의자 109명을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총 1581건의 자동차사고를 유발해 보험금 84억원을 받아냈다. 인당 평균 지급보험금은 7700만원에 달했다.

혐의자들은 20~30대로 일정한 소득이 없는 무직자, 이륜차 배달원 및 자동차관련업 종사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생활비, 유흥비 마련을 위해 친구, 가족, 직장동료 등 지인과 함께 자동차 고의사고를 사전에 공모한 경우였다. 2인 이상이 함께 가해자와 피해자 역할을 분담하거나 고의사고 혐의차량에 여러 명이 동승하는 식이었다.

연령별 보험사기 적발 현황/제공=생명보험협회
연령별 보험사기 적발 현황/제공=생명보험협회

이처럼 최근 보험사기는 전문화·조직화 되고 있고, 가담자들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연령별 보험사기 적발 비중을 보면 2019년 15%에 불과했던 20대 보험사기 적발 비중은 2020년 16.7%를 기록하며 30대 보험사기 적발 비중을 넘어섰고, 2021년에는 19%로 나타나 불과 3년 사이에 4%포인트가 급증했다. 20대 보험사기는 대부분 자동차보험 사기에 집중됐고, 고의충돌이 39.9%로 가장 많았고, 음주무면허 12.6%, 운전자바꿔치기 8.2% 순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보험사기는 브로커가 보험계약 모집부터 병원 연결까지 개입하는 등 조직화 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설계사, 병의원, 정비업체, 손해사정 등 관련 업계 전문가가 보험사기에 가담하며 지능화·조직화 되는 등 진화하고 있어 보험업 관련 종사자에 대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21년 보험사기 적발인원 중 정비업소 종사자 1699명, 보험모집종사자 1585명, 병원종사자 1457명 등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올해부터는 경찰청도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1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2개월간 보험사기 특별단속에 나선다. 경찰은 전국 시·도 경찰청에 보험사기 전담수사팀을 설치하고, 조직적·악의적 보험사기를 중점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고의로 신체를 훼손하는 실손보험 사기와 가해자와 피해자가 짜고 교통사고를 내는 자동차보험 사기, 일부러 불을 내는 화재보험 사기,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하는 공영보험 사기 등이 집중 단속 대상이다. 경찰은 이번 단속에서 사건 접수와 배당을 체계화한 '시·도 경찰청 중심 접수·배당제도'를 적극 활용해 수사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일 예정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당국과 경찰의 강도 높은 보험사기 단속이 반갑지만, 보험사기를 근본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사기방지법은 2016년 제정 이후 지난 7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보험사기와 관련된 총 16개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이들 모두가 입법 문턱에서 계류 상태다. 지난달 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도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 대응력 강화 및 특별법 실효성 제고를 위해 국회의 관심이 절실하다며,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보험사기 컨트롤타워 마련, 보험사기 가담 보험업 관련 종사자 가중처벌, 금융위원회의 행정기관에 자료제출 요청 권한 부여, 편취 보험금 즉시 반환 의무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 대응력 강화 및 특별법 실효성 제고를 위해 국회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며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 필요하다”며 “보험사기 컨트롤타워를 마련하여 관계기관 간 유기적 협조체제 강화를 통한 공·민영보험 연계 보험사기 적발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보험사기로 인한 부당 누수 보험금을 방지하여 공·민영보험 재정 건정성을 도모하고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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