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무 작곡 오페라 ‘이순신’ 대표아리아 공개
베토벤 ‘환희의 송가’ 남성들 목소리로만 연주

양재무 음악감독이 이끌고 있는 이마에스트리가 오는 5월 24일 정기연주회를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양재무 작곡의 오페라 ‘이순신’의 대표아리아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나이다’를 세계 초연한다. ⓒ이마에스트리 제공
양재무 음악감독이 이끌고 있는 이마에스트리가 오는 5월 24일 정기연주회를 연다. 이번 공연에서는 양재무 작곡의 오페라 ‘이순신’의 대표아리아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나이다’를 세계 초연한다. ⓒ이마에스트리 제공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남성 보이스 오케스트라’ 이마에스트리를 이끌고 있는 양재무 음악감독은 지난해부터 한국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위인들을 조명하는 ‘영웅 시리즈’ 작업을 시작했다. 그 첫 시도로 오페라 ‘안중근’을 작곡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2~3년 후면 완벽한 작품이 우리 곁으로 온다.

작년 6월 정기연주회 때 이미 만들어진 ‘영웅 안중근을 위한 서곡’과 ‘장부의 기상 구름과 같고’를 살짝 공개했다. ‘장부의 기상 구름과 같고’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 ‘장부수사심여철, 의사임위기사운(丈夫雖死心如鐵 義士臨危氣似雲)’, 즉 ‘장부가 비록 죽을지라도 마음은 쇠와 같고, 의사는 위태로움에 이를지라도 기운이 구름 같다’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양재무 감독은 올해부터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오페라 ‘이순신’도 동시에 작곡하고 있다. 최근 오페라 속 가장 극적인 아리아 중 하나인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나이다’를 완성했다. 명량해전을 앞둔 장수로서의 결의와 용맹이 느껴지고, 순결하고 고귀한 조국애도 가득한 곡이다.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은 원균이 지휘하던 조선 수군이 칠천량 해전에서 궤멸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선조는 “해전이 불가능할 경우 육지에 올라 도원수 권율을 돕도록 하라”는 명을 내린다. 장군은 급히 장계(왕에게 보내는 문서)를 올린다.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전선수과(戰船雖寡) 미신불사즉(微臣不死則) 불감모아의(不敢侮我矣)’라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적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전선의 수가 절대 부족하지만, 보잘 것 없는 신이 살아 있는 한 감히 적은 조선의 바다를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라는 뜻이다. 절절한 애국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이 글에서 힌트를 얻어 아리아를 만들었다.

오는 5월 24일(수)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마에스트리 18주년 기념 정기연주회에서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나이다’를 세계 초연한다. 김재일이 테너 솔로로 나서 뭉클과 울컥의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공연의 타이틀은 ‘좋음에서 위대함으로(Good to Great)’이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대한지 노래로 들려주는 콘서트다. 특히 7월에 열리는 오스트리아 첼암제(Zell am See) 서머 페스티벌 초청기념 연주회도 겸하고 있다.

‘좋음에서 위대함으로’는 성웅 이순신뿐만 아니라 악성 베토벤도 음악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야심찬 기획이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4악장 ‘Ode to Joy(환희의 송가)’를 세계 최초로 남성 성악가 100명의 목소리로 선사한다. 원래는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바리톤이 출연하지만 웅장한 남성들의 소리(테너 솔로 이규철·베이스 솔로 안대현)로만 공연한다. 내년이 합창 교향곡 초연 200년이 되는 해라 의미도 깊다.

양재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조이 오브 스트링스와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이 반주를 맡는다. 프로그램은 모두 3개의 소제목을 가지고 진행된다. 첫 섹션 ‘낙원을 여는 자들’에서는 영화 ‘1492년 컬럼버스’의 테마음악으로 사용된 반젤리스의 ‘Conquest of Paradise(낙원의 정복)’,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나오는 ‘This is the Moment(지금 이 순간)’,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중 ‘The Impossible Dream(불가능한 꿈)’, 웨버의 ‘레퀴엠’ 중 ‘Pie Jesu(자애로운 예수)’를 연주한다.

두 번째 섹션 ‘아름다운 사람들’에서는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있나이다’에 이어 ‘시호시호, 때가 왔다’(신병하 곡) ‘아름다운 사람’(김민기 곡) ‘사랑이 지나가면’(이영훈 곡) ‘내나라 내겨레’(송창식 곡)를 잇따라 선사한다.

마지막 섹션 ‘환희여 노래하라’에서는 스페인 가곡 ‘Granada(그라나다)’, 라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에 나오는 ‘Di rigori armato il seno(마음을 완전 무장하고)’, 프랭크 시나트라의 빅히트곡 ‘My Way’, 베토벤 ‘Ode to Joy(환희의 송가)’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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